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가 점입가경이다. 동남아 순방 과정 중 MBC 취재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를 남겼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윤 대통령은 귀국 다음날 “MBC는 국가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술 더 떴다. 홍보기획비서관이 반말을 섞어 가며 기자와 논쟁을 벌이더니 10가지 항목을 악의적 보도의 근거로 내세웠다. 핵심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순방 중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장면을 왜곡 보도했다는 것이다. 자기 입으로 뱉은 말을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는 것도 모자라 이를 사실대로 보도한 언론을 ‘악의적인 행태’로 단정 지은 것이다.그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언론도 입법, 사법, 행정과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이라며 “언론의 책임이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까지 강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 환경이 민주주의의 대들보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가. 책임은 권한에 비례한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당해 일부 취재가 제한된 MBC, 풀기자단 취재도 막은 한·미, 한·일 정상회담, 평소 친분이 있는 두 언론 매체만의 기내 면담 등의 사례만으로도 언론의 취재 권한은 상당 부분 축소된 것이다. 기둥이 아닌 뿌리도, 줄기도 없는 허수아비가 된 셈이다.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김상훈 비상대책위원은 “국민 기업인 삼성 등이 MBC에 광고를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아예 MBC에 광고를 넣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기업들을 압박했다. 70년대 유신정권의 동아일보 광고 중단 사태를 보는 듯하다.YTN도 타깃이다. 한전 KDN, 마사회 등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YTN 지분 31%를 모두 매각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지분을 인수한 기업은 자동적으로 YTN 최대주주가 되는데, 보수성향의 <한국경제신문>이 유력한 매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공영방송부터 장악한 다음 언론을 길들여 보수정권의 나팔수로 삼겠다는 의도다. 이는 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보수 성향의 언론매체들마저 언론 탄압이라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거짓에 가려진 진실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틈만 나면 바깥으로 삐어져 나오는 법이다. 억압과 불의의 밤이 지나면 진실과 정의의 태양이 떠오르기 마련이다.안타깝게도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은 악화일로에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를 뜻하는 신용스프레드는 11월 4일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129bp) 대비, 13년 2개월 만에 사상 최대인 147bp로 늘어났다.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국가의 신용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중고 속애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의 연체율 지표도 10~20%로 증가해 부동산·건설 경기 부진으로 인한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 연말에 닥쳐올 금융위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수출 둔화, 설비투자 위축, 소비 감소, 건설투자도 부진이 우려되지만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언론매체 몇 곳을 손보겠다는 것은 기름을 들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자와 노자는 “백성을 위해 왕을 세우는 것이지, 왕을 위해 백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 했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도 “물은 배를 뜰 수 있게 하지만, 배를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라고 충고했지 않는가.언론과의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소모전일 뿐이다. 많은 국민들이 이태원 참사를 두고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책임 있는 고위 관료들의 퇴진이 그나마 유족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풍랑이 거듭되는 대한민국의 바다에 윤석열호를 띄워준 국민도 있지만 뒤집고 싶은 국민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보인다.조선 후기 정조대왕의 충신인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터럭만큼도 병통(病痛)이 들지 않은 곳이 없는바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직언한다. 국민을 이기려 하지 마시라. 껄끄러운 언론일수록 가까이 하시라. 그리고 쓴소리를 마다 않는 충신을 중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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