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발명품 중에 가장 복잡한 매카니즘을 가지면서도 가장 급속하게 발전하였고, 또 우리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도구가 컴퓨터라면, 배터리는 가장 단순한 매카니즘을 가지면서도 가장 느린 속도로 발전해온 도구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속도가 초음속 제트기라면 배터리 기술의 발전 속도는 거북이 걸음마에 비유될 수 있을 것 같다.  인류는 과거 수 만년 아니 수 십 만년 이상 인간의 근육에서 나오는 힘을 대체하기 위해 동물의 근력(筋力)을 이용해 오다가, 지금으로부터 불과 수 세기 전에 이르러서야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기계동력(제1차 산업혁명)시대가 시작 된 것인데, 이어서 석유 채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석유라는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內燃機關)이 또 발명되면서 화려한 제2차 산업혁명시대로 옮겨가게 된다.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내연기관의 우수한 효율성 때문에 우리는 드디어 지구촌을 1일 생활권으로 할 수 있는 교통혁명도 가능하였지만, 근래에 와서 석유 매장량의 한계와 또 육해공(陸海空)을 누비는 각종 이동수단이 뿜어내는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의 심각성 때문에, 그간의 내연기관은 필시 가까운 장래에 박물관으로 사라질 운명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이제 모든 국가들이 곧 내연기관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청정에너지인 전기를 동력원으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며, 또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모바일 기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배터리야말로 미래문명의 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행이 우리나라 배터리 기술이 선진국에 크게 뒤지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기존의 배터리 원료가 되는 리튬(lithium) 등의 부존자원이 국내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대체 물질을 한시바삐 찾아야 할 것이며, 또 기존 방식의 배터리에 대해서도 에너지 밀도를 더욱 높이고 효율성과 안전성을 개선하는 기술개발도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배터리는 한 번 방전(放電)시키면 버려야 하는 '1차 전지'와 일정기간 충방전(充放電)을 반복하면서 쓸 수 있는 '2차 전지' 그리고 내연기관처럼 어떤 연료를 보충하면서 계속 쓸 수 있는 '3차 전지'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물리적 한계에 부딪쳐 있는 것으로 보이는 2차 전지 제작 기술에 어떤 극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없다면, 결국 수소(Hydrogen)를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제3차 전지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겠으나, 이 역시 벌거벗은 몸으로 히말라야산을 넘어야 할 만큼 난관이 많다는 게 문제이다.  우선 2차 전지의 기술적 한계부터 좀 살펴보자면, 그 구조가 음이온을 방출하는 '음극(Cathode)'과 음이온을 받아들이는 '양극(Anode)' 그리고 음극과 양극을 분리하는 분리막(分離膜), 이온이 녹아들어가는 전해질(電解質)로 이루어지는 매우 단순한 구조이지만, 문제는 대단한 정밀도가 요구되는 나노(nano)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공학적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현재 양극을 구성하는 '니켈(nickel)'이나 '망간(manganese)', '코발트(cobalt)' 그리고 활물질로 쓰이는 '리튬(lithium)' 등이 모두 희토류 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재(素材) 조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배터리의 주원료가 되는 부존자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존 패러다임의 기술만으로는 배터리 생산의 주도권을 가지기가 불가하고, 한시바삐 좀 흔히 구할 수 있는 대체 물질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거나, 그 외 어디서든 물을 전기분해하는 등의 간단한 공정으로도 쉽게 얻어질 수 있는 수소(水素)를 연료로 사용하는 3차 전지의 실용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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