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단풍 명소로 각광 받는 경주시 서면 도리 은행나무숲(경주시 서면 도리길 35-102 일원)이 수년간, 소유자 김 모 씨와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7~8년 전부터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 숲이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내홍의 발단은 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 제기다.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은 은행나무 숲 그늘로 인한 작물(마늘 등) 피해와 조망권 제한 사례를 호소하며 숲 인근 농지에 대한 피해보상과 은행나무 처분, 벌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주민들은 지속적 피해 민원 제기와 피해에 대한 수 년치 보상액을 함께 지불하라며 현 지가보다 높은 과도한 보상금 요구 등으로 이 숲의 소유주 김 씨는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4일 소유주 김 씨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시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경주시에서는 피해를 제기한 주민의 농지를 매입해 주차장으로 확대,관리해 피해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약속 등을 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없이 흐지부지된 상태라고 했다. 경주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시간을 끄는 상태에서 계속되는 민원 제기에 김 씨는 급기야 올해 3월 은행나무를 벌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경주시에 전달하고 경주시의 적극적인 대처 방안 강구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뚜렷한 답변이 없었다.김 씨는 "경주시가 몇 그루 은행나무 가지를 제거하는 식의 임시방편책만 제시해 근본적인 민원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씨는 재차 피해보상금과 벌목 등 민원 독촉에 쫓겨 올해 3월, 500평에 이르는 50년 수령 군락지 중 한 곳의 은행나무와 이외 다른 구역의 일부 은행나무 등 1000여 그루를 벌목했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곳은 특히 아름다운 숲이었다. 다른 숲은 일직선으로 조성돼 있지만 그곳은 ‘S’자 곡선으로 조성돼 인기 포토존으로 특히 사람들이 몰리던 숲이었다”며 “은행나무 벌목이 불가피해져 그곳 나무들을 벨 수밖에 없었던 심정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오랫동안 가꿔온 아름다운 숲 하나가 사라져버렸다”고 했다.그러면서 "민원이 해결되지 않고 몇 년이 지나면 숲 전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씨는 관광객들에게 힐링할 수 있는 훌륭한 자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개인비용으로 십수년간 노력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경주시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아무런 소득도, 수확도 없이 개인이 전체 민원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부득이 은행숲을 없애고 다른 수익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경주시는 이 숲에 전국 관람객이 찾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하겠다는 소식을 최근 김씨에게 전해와 행정의 엇박자를 보이기도 했다.경주시 황성동에 사는 한 시민은 ”경주가 문화관광도시라면서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50년 가꿔온 숲 경관을 개인에게만 책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미 전국 관광명소로 유명해졌는데도 대책이 없어 50년 공들인 전국적 단풍 명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경주시가 적극적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리 은행나무숲은 김 씨의 부친이 선조들의 고향인 이곳 도리마을에 마을회관을 기증하고 은행나무숲도 조성한 곳이다.   선생은 도리마을 은행나무숲뿐만 아니라 경주 동남산 기슭 옛 임업시험장(현 경북산림환경연구원), 통일전 앞 은행나무 가로수길 등 경주의 유명 단풍 명소를 기획하고 조성해 직접 가꾼 이로 지금의 경주 대표 단풍 명소를 일군 주인공이다.   특히 서면 도리마을은 50년 전, 김 선생이 가난한 산골 선조 마을에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당시 수익성이 높은 은행나무에 주목해 1970년~1973년까지 4년에 걸쳐 7000여 평, 8개 군락지에 은행나무 숲을 조성해 오늘날 50년생 은행나무숲이 장관을 이뤘고 실제, 10여 년 후 도리마을 주민들은 은행잎을 독일로 수출해 자녀 학업 뒷바라지에 보탰다고도 한다.   이 숲은 다수 방송과 신문 등 매스컴과 SNS의 영향으로 전국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하루 최대 방문객이 1만3000여명(차량 4000대 이상)에 달할 정도로 경주 대표 힐링 숲인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경주 지진이 나던 해에도 경주시 관광객은 급감했지만, 도리숲을 찾은 관광객은 초만원을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이 숲의 유명세로 마을에는 활기가 돌았고 마을 주민들은 먹거리 장터를 통해 농산물과 특산물을 직거래하는 장터를 운영해 수익에도 보탬이 됐다. 현재 숲의 소유주인 김씨는 퇴직 후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십 수년간 은행나무숲을 관리 유지해 오늘에 이르렀다.   올해 경주시는 55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리 은행나무숲과 연계해 심곡저수지에 둘레길을 설치하는 등 지역특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름다운 숲은 오랜 시간과 정성 끝에 마침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은행나무숲의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는 경주시의 특성화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경주 대표 힐링 숲으로, 경주시 관광자원으로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서면 도리 은행나무숲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경주시 차원의 현명한 민원 해결 및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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