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이상문 기자] 싱가포르는 다민족국가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인구 564만명의 싱가포르는 중국계 74%, 말레이계 13%, 인도계 9%로 구성돼 있다. 부산시와 비슷한 면적을 가진 작은 도시국가에서 서로 다른 민족이 어울려 살다 보니 문화의 스펙트럼도 매우 이채롭다.지역마다 개성이 뚜렷한 색깔을 가진 문화가 다채롭게 펼쳐진 싱가포르는 고유의 민족적 정서와 뿌리를 제대로 간추리고 가꿔 공동체 커뮤니티를 형성함과 동시에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승화시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말레이 민족의 캄퐁글렘과 중국 민족의 차이나타운, 인도 민족의 리틀인디아다. 차이나타운은 싱가포르 개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 동인도회사의 래플스경이 세금 없는 자유무역항을 열자 다양한 민족이 자유롭게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청나라 말기 혼란의 시대를 피해 푸젠성‧광둥성 등에서 중국인들이 대거 이주해 오면서 형성된 지역이다.1822년 래플스경은 도시의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우면서 싱가포르 강 서쪽 전체 지역을 중국인들의 거주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때부터 중국인 이주민들의 고단한 역사는 시작됐고 그들은 특유의 상술과 민족적 단결력을 통해 싱가포르의 경제적 기둥으로 자리를 잡았다. 차이나타운은 중국인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간직하면서도 함께 정착한 타민족과의 융합과 조화를 이룬 특색있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그곳에는 중국인들의 이주 역사화 함께한 역사적 건물들이 존재했는데 정부가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오래된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지속 가능한 보존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먹구구식 난전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해 차이나타운 전체를 관광자원으로 격상시켰다.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숍하우스다. 숍하우스는 2, 3층짜리 건물에 1층은 상점이나 레스토랑으로 활용하고 2층과 3층은 주거용 가옥으로 쓰도록 했다. 그래서 차이나타운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경제활동과 개인의 삶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해 오랜 생명력을 가지도록 배려했다.숍하우스가 빼곡하게 늘어선 차이나타운의 모습은 건너편 고층빌딩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싱가포르 정부는 1983년 과밀과 혼잡으로 방치된 차이나타운에 도시재생을 실시했다. 오래된 건축물인 숍하우스는 일제히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화사하고 품격 있는 구조물로 다시 태어났다. 낡은 나무 창틀은 깨끗하게 손질하고 산뜻하게 페인팅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창틀은 싱가포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양식이다. 중국식도 아니고 말레이식도 아니다. 중국인들이 싱가포르에 정착한 후 이민족과 결혼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융합 문화인 페라나칸 양식이다. 싱가포르는 동서 세계를 잇는 교차로에 해당하는 인도차이나반도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전통적으로 인도와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대항해 시대의 개막 이후에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서구 문화를 받아들였다. 다양한 문화가 용광로처럼 공존하고 혼재하면서 정착하고 성장한 혼합문화인 페라나칸 문화는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는 페라나칸 문화뿐만 아니라 힌두 사원과 이슬람 사원도 존재한다. 거리 입구에 원색의 신상이 눈에 띄는 힌두 사원인 스리마리암만 템플은 이곳이 인도인 거주지역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다른 국가의 차이나타운이 중국문화 일색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중국의 문화가 압도적이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의 주민이 중국계인 점이라는 것은 싱가포르가 외래문화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였는가를 잘 보여준다.1850~1880년대에 이 거리는 노예 매매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인도와 중국에서 이주해 온 저임금 노동자인 쿨리와 아편쟁이들의 소굴이었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헤리티지센터는 중국인들이 싱가포르에 이주해 와서 정착하는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1800년대 고난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잘 보여준다. 그들의 숨기고 싶은 역사도 지금은 중요한 문화관광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관광 중심지인 차이나타운은 싱가포르의 현대사와 함께하면서 그들이 만들어낸 유연한 복합문화를 가장 잘 간직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 정부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제대로 포장하고 가꿔 대표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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