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는 글자를 몰랐다농삿일은 박사라고 자부하고 살아 왔지만학교에서는 연필 잡는 법부터 배운다처음에는 흰 것은 종이고 검은 것은 글자였다1만평 농삿일이 공부만큼 어려우면어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싶다연필보다 낫과 삽이 익숙한 억센 손으로한자 한자 배우면서 알아가는 재미가가을에 알곡을 거두는 느낌이다논에는 볍씨를 뿌리고학교에서는 'ㄱ,ㄴ,ㄷ,ㄹ,ㅏ,ㅑ,ㅓ,ㅕ'자음 모음 글 씨앗을 뿌렸다피어나는 글자들을 난생처음 배우면서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선생님께서 느타리버섯이라는 글자를 칠판에 쓰셨다나도 모르게 이마를 탁 쳤다30년 느타리버섯 농사에 버섯 이름을 쓸 줄도 몰랐다봄이면 과일나무에 열매 맞듯이올 봄엔 내 인생의 황무지에 글 농사를 지으니몸과 마음은 힘겨워도내 생에 최고의 푸른 봄날이다. -오영태,'지금이 내 생에 최고의 푸른 봄날이다'     이 시는 경주 아랫시장에 있는 '경주 행복학교' 문해 교육과정 학생인 오영태(66세) 할아버지의 시다. 전국 문해백일장 '글봄상' 수상작품 이다.  "내 인생 황무지에 글 농사를 지으니/몸과 마음은 힘겨워도/지금이 내 생에 최고의 푸른 봄날이다" 이 한귀절로 시가 된 감동적인 작품이다.  난생처음으로 한글을 배우면서 그 기쁨과 희망을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노래했다.  시는 내 삶의 성찰문이고 내 삶의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는 먼데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 가까이 있고 누구나 다 시를 쓸 수 있다.  시는 살아가면서 어떤 '낯선 상황과의 만남'에서 온다. 그리고 인생을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온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인생을 살까? 깨닫는 사람에게서 온다.  흔히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로 정의는 하고 있지만, 평소에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관성에 따라 기계적인 삶, 어제와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  부처가 내 마음속에 있듯, 나의 체험, 나의 생각, 나의 상상속에 시를 찾아야 한다.  경주 행복학교 '졸업기념'으로 나온 2022년 '패랭이의 꿈' 문집에는 문해반 경주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풋풋하고 소박한 아름다운 시가 담뿍 실려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인생 제 2막을, 희망차게 노래하게 하고 꿈을 키워가게 하는 '강석근 행복학교' 교장 선생님과 여러 지도 선생님들의 노고에 깊은 존경과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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