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서 해방되고 연일 봄꽃 개화 소식이 이어지는 요즘, 고도 경주에서는 유독 모터사이클(오토바이)의 굉음이 잦다. 천년 고도에서의 광폭적 질주는 얼마나 신선할까. 바이커들에겐 도로 상황이나 흐름이 원활한 경주가 속도를 내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조건일 것이다. 그래선지 경주보문단지와 감포 등에선 라이더들이 찾는 전문 카페도 속속 등장했다. 코로나 이전엔 주로 동종의 자동차 퍼레이드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많았다. 코로나가 깊어지자 갑갑함을 해소하는 데 모터사이클 만한 것이 없었던지, 애호 인구는 더욱 늘어났다.    은퇴 후 취미로 모터사이클을 선택하는 장년층과 함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성 라이더도 증가하는 추세로, 보기 드문 현상으로 보인다. 자유, 열정, 로망을 내세우며 모터사이클에 열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디자인과 소리, 느낌을 꼽는다. 화려하고 다양한 모터사이클 종류와 그들만의 아이템인 장신구와 패션은 눈길을 끈다. 참 근사하다. 그래서 모터사이클을 `감성`으로 탄다고들 한다.그들에게 경주는 매우 매력적이라고 한다. 경주를 경유하든, 목적지로 삼든, 경주는 레이싱에 지친 그들에게 쉬어가는 휴식 공간으로는 최적이기 때문이다. 관광문화인프라가 풍부해 경유하더라도 쉬어가기엔 그만인 도시라는 거다.주로 경주에서의 모터사이클 라이딩 코스는 포항, 영천, 경주, 울산을 가로지르는 코스다. 보문관광단지에서 덕동호를 지나 감포 나정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동해안 코스와 토함산 코스 등은 자동차 통행량도 적은 편이라 수려한 해안 경관과 함께 저속, 중속, 고속 코너링이 섞여 있어 속도를 즐기기에 더욱 그만이라고 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경주에서의 모터 소리는 더욱 요란해진다. 모터사이클의 높은 배기음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이나 관광객도 적지 않다. 고즈넉한 경주의 정취를 즐기러 온 이들에겐 다소 이질적인 이미지로 다가오게 한다. 깊은 밤, 야간질주를 즐기는 라이더들은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퇴근 후 라이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밤 굉음을 내며 달리는 일부 라이더들에게 ‘고도 경주이므로 자제해달라’는 요구나 규제를 할 수는 없다. 자연 풍광이 뛰어난 경주에서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을 쾌속으로 즐기며 달리는 이들의 해방감을 십 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으나 갈수록 증가하는 바이커들에게 최소한 도심에서만이라도 속도와 굉음을 줄이고 배기가스를 최소화해달라는 요구는 하고 싶다. 그러나 그들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부정적 시각만으로 볼일은 아닌듯하다. 이들이 라이딩하면서 멋진 풍광도 보고, 맛난 음식도 먹으며 지방 곳곳의 명소들을 SNS로 소개하는 자발적인 홍보대사로도 역할 하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은 여러 나라에서 인정받고 있는 교통수단이자 레저 도구다. 몰지각한 사람들의 ‘보이기 위한’ 자기 과시가 전체의 문제로 해석될 수는 없겠다. 다만 그들 개인의 질주 쾌감도 중요하지만 고도 경주에 대한 작은 예의는 지켜주는, 라이더 스스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족쇄가 풀린 봄은 왔고, 더욱 자유로워질 ‘그들’의 잦은 방문에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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