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지난 3년간 만연했던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경주의 각종 문화예술활동이 기지개를 활짝 켜기 시작한 다행스러운 해였다.    경주시 문화예술계는 대면 사업이 속속 재개되면서 어느 해보다 활발한 활동을 준비‧예고하면서 주춤했던 경주문화예술계가 다시 재도약했다.   문화예술행사가 폭발적으로 재개되면서 대중이 모이는 전시장으로, 공연장으로 다시 시민들이 몰려들었고 문화를 즐기고 감상하면서 거리와 객석을 채웠다.   올해는 경주예총이 6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 해인가 하면, 경주문화재단은 제50회 신라문화제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명품 프리미어 콘서트 등을 활성화해 APEC 경주유치에 힘을 보탰다. 경주문화재단 이외에도 ‘2025 APEC 경주유치’ 관련한 공연과 강연, 전시가 잇따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경주엑스포대공원과 경북문화관광공사가 통합 출범하는 등의 주요 변화와 성장은 전환점을 맞이한 해였으며 경주시립극단과 경주시립합창단, 신라고취대 등 경주시립예술단의 움직임도 다시 활발한 행보를 재개했다.   예술활동이 다시 꽃을 피우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동향이 더욱 본격화될 2024년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경주시의 정책적 지원이 지역예술인에게 확대되길 바라면서, 올 한해 문화예술계의 동향을 짚어보았다.   ◆ 경주문화재단, 기존 프로그램 재개   경주문화재단은 제50회 신라문화제와 벚꽃축제 등을 시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집중시키는가 하면,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 경주공연을 통해 APEC 경주유치에 힘을 보태는데 주력했다. 코로나 이전 진행했던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재개하고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한수원과 함께하는 문화의 날’ 등의 프리미엄급 콘텐츠도 다시 선보였다. 경주역 문화플랫폼 ‘경주문화관1918(구 경주역)’과 문화도시사업단 운영을 통해 생활문화 활성화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폐역인 구 경주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첫 시도를 한 해였다.   ◆ 법정문화도시 지정 사업 중단, ‘대한민국 문화도시’로의 새로운 도전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법정문화도시 지정 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정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2020년부터 세 번의 도전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섰던 경주시가 당혹해했다. 경주시는 지난해 예비문화도시까지 오르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제5차 법정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최종 현장실사가 취소된 것이다. 경주시와 (재)경주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단은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간 융합 및 연계성 확보로 기존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신규 목표 달성까지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 경북문화관광공사·문화엑스포 통합 출범 지난 7월, 경북문화관광공사와 재단법인 문화엑스포가 통합해 출범했다. 공사는 기존 관광산업에 엑스포가 보유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합쳐 새로운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경주시는 통합 후에도 시설물 보수관리비와 전시와 공연 예산 등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비영리 재단과 영리 기관 통합 이후, 경북도가 당초 목표대로 문화 관광 기능을 활성화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제50회 신라문화제&경주 예총 60주년   경주예총은 6월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풍성한 사업을 마련해 예총인들의 60년 저력과 내공을 증명했다. ‘경주예총 예술제’에 이어 ‘경주예술인 인물사’ 발간, 작고·원로예술인 특별전인 ‘위대한 유산전’ 등이 펼쳐졌다. 경주의 대표 문화예술 축제인 ‘제50회 신라문화제’는 반세기를 맞아 흥행에 성공하며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예술제와 축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이원화 시도가 두번째인 올해, 지난해와 유사한 콘텐츠가 많았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 자생적 민간 문화공간 속속 등장   민간이 운영하는 문화공간에서 벌어지는 문화예술활동이 늘어난 한 해기도 했다. 경주가 낳은 글로벌 기업가 최상원 회장이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 씨’,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는 ‘더 하우스 오브 리나’, 올해 개관한 ‘경주 큐 신라 갤러리’ 등이 경주 문화계에 신선한 자극제로 부상 중이다.   ◆ 천마총 발굴 50년, 문화유산 100년 비전 밝힌 행사 풍성   1973년 당시 우리 힘으로 신라고분을 발굴한 첫 사례로 한국 고고학의 변혁과 성장을 이끌었던 천마총 발굴 50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와 전시가 5월부터 시작됐다. 신라고분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문화유산 미디어아트 행사 등이 시민과 관광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 문화유산 중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은 올 한해 가장 큰 이슈   경주의 여러 문화유적 중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만큼 올 한해 큰 이슈 몰이를 한 문화유산은 없다.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의지를 밝히는 고불식 등을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11월 국립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암반 침하 또는 미끄러지는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인 보존 방안을 수립해 안정적인 상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 새 복합문화도서관, ‘라이프러리’ 건립 추진 중   올해는 1953년 개관 이래 70년 동안 공공도서관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경주시립도서관이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나아가 100년을 향하는 전환점이 되는 해였다. 또 2026년 완공 예정인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 건립도 진행중인데, ‘경주의 시간을 담아 문화를 누리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도서관’이라는 비전 아래, 일상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라이프러리(life+library)’를 실현하기 위한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 황리단길 왜색 문화 갈수록 짙어져 우려   경주 황남동 포석로, 즉 황리단길은 전국적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유명거리로 경주 대표 관광지다. 이 거리의 지나친 상업화와 업종의 편중성에, 최근에는 짙어지는 왜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보태졌다.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융통성을 열어둔다 할지라도 지나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황리단길이 전통 도시의 미래라는 측면에서라도 지금쯤, 가열되고 있는 왜색 논쟁은 필요해 보인다.   경주문화재단 오기현 대표는 “올해는 전반적으로 경주의 문화예술계가 특출하게 큰 성과를 냈다기보다는 약 3년간의 코로나로 인한 침체기를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얻었던 의미있는 시기로 보인다. 그러나 공기관이 재개하고 시행했던 정책적 사업들과 더불어 민간이 주도한 지역 문화 예술이 함께 기지개를 펴는 동반성장의 측면에서는 다소 부진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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