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행정복지센터에 서류를 발급받으러 갔던 민원인들은 황당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행정 전산망이 마비돼 서류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잠시 기다리면 복구가 되겠지 생각하며 기다렸지만 그날 전산망은 먹통이 된 채 복구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간다는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전산망 마비 사태는 20일 정상화 되면서 민원 서비스를 재가동하게 됐지만 사상 초유의 마비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답답하기만 하다. 또 이번 전산망 고장을 불러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왜 굳이 평일에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전산망 마비의 원인을 행정전산망 ‘새올지방행정시스템’의 인증시스템 중 하나인 네트워크 장비 이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장비 내 정보를 주고받는 ‘L4 스위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사용자 인증절차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사용자 접속 장애를 불러와 새올 시스템을 통한 민원서류 발급 업무가 중단됐다는 해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한 ‘L4 스위치’가 왜 이상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행안부의 어정쩡한 해명에 대해 IT 전문가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만약 민간 포털사이트가 사흘째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원인 분석마저 미진하다면 정부가 과연 가만히 두고 봤겠느냐는 것이다.   또 마비의 원인에 대해서도 행정전자서명인증서 인증 시스템 문제라고 했다가 다시 L4 스위치 문제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비상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는지 명약관화하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행정의 전산망 관리가 이처럼 허술해서야 누가 안심하고 행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전산망 구축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국가안보, 신기술 분야 등을 제외하고서는 원칙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이 공공 SW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물론 이 법은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 배려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겠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기술력 한계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사태로 정부는 국민에게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완벽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행정 전산망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마치 국방과도 같이 엄중하게 다뤄야 할 분야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샅샅이 점검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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