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사(24) 절기는 음력에서 태양의 황도 (궤도) 상의 위치에 따라 일 년을 스물넷으로 나누는 계절의 부분으로 이십사기(절후) 또는 이십사철이라 한다.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과 우수는 양력으로는 2월 4일과 2월 19일이다. 한 해를 날씨에 따라 나눈 한 철인 계절이다. 온대인 경우엔 4철이 있고, 열대에서는 건계와 우계가 있다. 그러나 기후는 아직도 겨울의 한기와 춘설이 봄이 왔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날씨의 변동도 심하다. 봄이라 하면, 4월 하순인 봄비가 내려서 백곡(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까지이다.    한창일 때는 봄은 4월이 제철이라 한다. 3월까지는 어린 봄이 차지하고 벚꽃이 핀다는 4월이 되어야 춘기의 맛이 난다. 봄철에 농민이 몹시 살기 어려운 때인 춘궁기인 춘절이 있다. `보릿고개`란 이름으로, 지난날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농가의 식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음력 4~5월이 해마다 겪는 가난의 계절이 된 것이다.    보릿고개를 맥령기라 하여 태산보다 높았다고 한다. 90대 노인네들이 한 시절 체험한 고난의 절기였다. 해방 후 나라의 독립은 되었으나 몇 년 못가서 불어닥친 한국 전쟁을 이미 당했던 시대의 사람들이라 어딜 가나 가난 뿐이였다. 그래도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고 용케도 참고 견딘 대장부들이었다. 마음만은 항상 풍족하여 가난을 서로 나누어 가지며 `품앗이` 문화를 이룩했다.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어떤 일을 하는데 드는 노력이나 수고)을 나누는 선행(善行)은 세계사에 등재된 한국인의 자랑거리다.    내가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그 속에서 살던 때 그립습니다./ 꽃 대궐을 이루어 살던 초가 삼간(싹 작은 초가)이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생활 거주지였다.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설명이 묘한 언어였다. 가난은 재산이나 수입이 적어서 생활하기에 어렵고 딱한 상태이지만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씀이 대신 하고 싶은 때였다.    가난을 경험했던 한 문사(文士)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난과 첫 접촉, 그것은 아주 묘했다. 가난에 대해서 그토록 많이 생각해보았고, 가난을 항상 두려워했으며, 멀지 않아 언젠가는 닥쳐오리라는 걸 예측 하고 있었더라도, 막상 닥치고 보니 너무나 철저하고 뚜렷하게 달랐다. 상당히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추하고 권태로울 따름이었다. 환경의 변화, 복잡해진 야비함,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기 등, 가난의 비천함을 제일 먼저 깨닫게 되었다는 감회의 소감이었다. 그렇다고 가난은 죄악이 아니다. 가난에 쫓기는 생활은 삶의 근본도 아니다.    가난은 가난하다고만 하여 결코 불명예로운 것도 아니다. 문제는 가난을 안고 사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가난이 나태나 제멋대로의 고집일까. 나태와 태만은 게으르고 느린 동작의 탓이기도 하지만 가난은 수치도 아니고, 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느낄 뿐이다. 성실하게 살기도 어려워서, 때로는 범죄의 어머니란 소리도 들었으며 가난이 빚(부채)이 되어 사람을 조인다.    오늘날, 우리 가정에는 풍족한 것이 너무 많다고 한다. 생활의 변화에서 그 모습이 달라진다. 옛 시절에는 견디기 힘든 것이 추위였다. 지금은 어떤가. 여름을 겨울처럼, 겨울을 여름처럼 편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가정에 가장 많은 것이, 신발과 옷(의복)이라 한다. 90대 노인네들은 시골에서 성장하신 분들은 나막신, 짚신, 고무신, 게다(일본 나막신)를 신었고, 겨울 추위에 쉴 곳이 없어 양지 쪽에 모여 돌담을 안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쌀 생산이 많아 굶어 죽을 사람도 없고, 소는 하루종일 들에서, 산에서 농사일과 땔감 준비에 종일 일을 해도, 소에게는 죽을 먹이고, 하루종일 양지쪽만 골라 긴 하루를 게으르게 보내는 개에게는 밥 주며 차별했던 시절을 경험했던 분들이 오늘날의 노인(老人)들이다.  낭비는 돈, 물건, 시간, 노력 따위를 헛되어 쓰는 것이다. 그래도 옛날이 그립다고 한다. 지난 날의 불행의 추억은 감미로운 것이고, 즐거웠던 추억은 오래 남고, 고통스런 추억은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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