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주어/서술어, 글자 수와 관련된 네 가지 단문 쓰는 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부사/형용사, 접속사 등과 관련된 네 가지 방법을 전해드릴게요. 다섯째, 부사/형용사 줄이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 미국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이 한 말입니다. 표현을 정확히 하기 힘들거나 강한 의미 부여를 하고 싶을 때 부사/형용사로 덧칠하곤 합니다.
벽에 페인트칠하느라 얼굴이 얼룩덜룩해진다면? 먼저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부사/형용사 남용은 짙은 화장으로 얼룩덜룩한 얼굴을 슬쩍 가리는 것과 같아요.- 그 사건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애석하게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실수를 용서받고 싶어서 비굴한 모습으로 싹싹 빌었다.첫 번째 예시는 사건의 양면성을 말하는 문장이에요. '비극'이란 표현에는 애석하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으므로 '애석하게'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두 번째 예시에서 '싹싹' 비는 것은 그 자체로 '비굴한 모습'이지요. '비굴한 모습으로' 나아가 '싹싹'까지 지워도 괜찮습니다. 여섯째, 접속사 되도록 안 쓰기
접속사는 기본적으로 문장을 잇는 수단입니다. 문장 간 연관 관계를 부여하는 기능을 해요. 문장 사이에 논리적 관계를 분명히 하고 싶을 때 접속사를 넣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독자는 눈에 보이는 표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맥락도 읽어냅니다. 그 맥락이 계속 읽기를 방해할 만큼 복잡하지 않다면 접속사는 생략해도 좋아요. - 1) 영희는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2) 그리고 영수도 함께 갔다.-1) 영어는 세계 공용어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 2) 그러나 영어를 너무 많이 쓰면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전달을 방해할 수 있다.가장 많이 쓰이는 접속사는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왜냐하면'이에요. 두 번째 예시에서 1)은 영어의 역할을, 2) 영어 남용의 문제점을 전하고 있어요. 접속사 '그러나'가 생략되어도 1) 2)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읽힙니다.일곱째, 번역 투 표현은 자연스럽게
번역 투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꿀 때 생겨나는 어색한 표현입니다.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영어나 일본어를 직역할 때 생겨나요. 특히 영어식 문법/표현을 직역한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어법에 맞지 않게 되지요. - 우리의 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여론조사는 사회 구성원의 여론 동향을 알아내기 위한 조사의 기법이다.조사 '의', 접미사 '적', 접사 '들'이 남용되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적(的)'은 우리말의 '적(敵, enemy)'으로도 불리지요. '우리의'는 영어 'our', '사회적'은 'social', '문제들'은 'problems'를 번역한 느낌을 줍니다. '의', '적', '들'이 사라진 '우리', '사회', '문제'가 자연스럽고 깔끔합니다.여덟째, 중복 표현은 깔끔하게 정리
같거나 비슷한 의미의 표현을 정리만 해도 잘 읽히는 문장이 됩니다. 군더더기를 정리하면 핵심만 눈에 들어오는 깔끔한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반수'는 절반 이상을 뜻하므로 '이상'을 덧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 "편의점 앞에서 왼쪽으로 좌회전을 해주세요."- "본 안건은 과반수 이상 동의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대미 수출액이 2023년 8월에 갑자기 급증했다.- 왼쪽으로 좌회전을 → 좌회전을- 과반수 이상 → 과반수- 갑자기 급증했다 →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