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4일 불이 나 2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직까지 실종자 1명이 건물 내부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단 럭키화학 공장 폭발사고로 16명이 숨진 이후 역대 최악의 화학 공장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1분쯤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4시간 30여 분 만인 오후 3시 10분께 큰 불길이 잡혔다.이 불로 현재까지 22명이 사망했다. 내국인 2명, 외국인 20명이다. 외국인 국적별로는 △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 등이다.이 밖에도 40대 남성 2명이 각각 전신과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6명이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발목을 접지르는 등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특히 기존 실종 인원에 포함되지 않았던 1명이 추가로 연락이 두절돼 사망자가 더 늘어날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소방당국이 구조대를 투입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는 모두 최초 발화 지점인 건물 2층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이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재 발생 직후 배터리 부분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뒤 연기가 급격히 퍼지며 15초 만에 작업실 공간 전체를 뒤덮은 것으로 나타났다.당시 근로자들은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을 끄는 데에는 실패하고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근로자들이) 2층 출입구 앞쪽으로 대피해주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분들이 놀라서 막혀 있는 (작업실) 안쪽으로 대피했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서는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떄 파견받는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공장 내부 구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해 피해가 늘어나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화재 신고 직후 소방당국은 유해화학물질인 리튬 취급 공장에서 불이 난 데다가 인명 피해 및 연소 확대 우려가 있어 화재 발생 9분 만인 오전 10시 4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이어 오전 10시 54분 비상 발령을 대응 2단계(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로 확대했다.아울러 소방관 등 인원 159명과 펌프차 등 장비 63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하지만 리튬 배터리 화재의 경우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는 불을 완전히 끄기가 어렵고, 화재 초기 불길이 매우 거세 진압 작전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소방당국 관계자는 "선착대 도착 당시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연속 폭발하며 급격히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아리셀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2020년 5월에 출범했다. 상시 근로자 수는 50여 명으로 알려졌다.아리셀 전곡리 공장은 총 11개 동에 연면적 5천530㎡ 규모로, 전곡해양산업단지 북동쪽 부지 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태이다.11개 동 가운데 2, 4, 5, 6, 7동 건물은 2017년 10월에 건축됐고, 이날 불이 난 3동을 포함해 1, 8, 9, 10동은 2018년 4월에 건립됐다.3동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 검수 및 포장 작업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원통형의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 5천여개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아리셀 공장 근무자는 총 102명으로, 문제의 3동에서는 67명(1층 15명, 2층 52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2층 근로자 다수가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쯤 화재 현장을 직접 찾아 "화학공장 화재 시 조기 진화할 수 있는 대책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지자체는 긴밀히 협조해 피해확산 방지에 주력해달라"며 "소방 등 가용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과 생존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또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중산본)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사고 현황과 규모, 원인 등 파악에 나섰다.경기남부경찰청은 13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했고, 수원지검 역시 안병수 2차장검사를 팀장으로 공공수사부와 형사3부 7개 검사실로 수사팀을 꾸렸다.관련 기관에서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경기도는 화성시와 합동으로 현장 지휘 본부를 설치해 소방, 경찰, 의료,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 간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했다.외교부는 외국인 사망자 및 유가족 지원을 위해 해당국 주한공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