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출신의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가 바이런 전기 ‘사랑과 유랑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북랜드)’을 최근 펴냈다.
박 교수는 바이런이 남긴 감성, 체험, 기호에 가까워지기 위해 수십 년간 바이런이 살아온 흔적을 좇아 모은 방대한 자료를 2권의 전기로 다듬어냈다.
저자는 문명의 허울로 가리지 않은, 보편적 인간의 원형을 보여주는 영국의 대표적 낭만주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1788~1824)의 발자취를 직접 답사해 ‘왜 19세기 낭만주의 독자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도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바이런’인지를 방증해냈다.
 
박 교수는 평생 대학에서 영미시를 전공하고 가르치다 정년퇴임 했다. 30년 전 박 교수는 낭만주의 시 강의에서 바이런의 시를 가르치려 했으나 몇 편 외에는 적당한 시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낭만주의 시인은 현대시인과는 달리 시가 곧 삶이므로, 그의 생애를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낭만주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영어판 전기 한 권을 번역했으나 문화가 다른 만큼 바이런 뼛속에 녹아있는 서정성과 전통, 역사성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번 책 집필의 배경을 설명했다.박 교수는 스스로 바이런을 피부로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 정년퇴임 후 10년간 바이런의 작품, 편지, 일기뿐만 아니라 당대의 친구들이 남긴 글과 바이런 동시대에 나온 바이런의 전기 등을 빠짐없이 찾아 읽고 중요한 것을 메모했다.‘영국을 알려면 바이런을 읽어라’라는 말이 있듯, 바이런의 삶과 작품에는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영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역사, 문화까지도 고스란히 녹아있어 그의 작업은 다층적인 작업일 수밖에 없었다.바이런은 한평생 끝없는 유랑을 했다. 지리적 유랑이면서 문화적〮·정서적 유랑이었고 사랑의 유랑이기도 했다. 바이런만큼 여러 나라 여러 지방의 문화를 접하고 느끼고 작품으로 승화한 예술가는 없을 정도였다. 박 교수는 현장성을 주는 글을 쓰기 위해 직접 바이런의 발자취를 답사했다. 바이런은 두 번에 걸쳐 유럽을 떠돌다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었는데 박 교수도 그 나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바이런의 행적을 확인하는 여정을 거친 것이다. 그는 바이런이 살았던 곳의 지리 풍토 문화를 소홀히 하지 않고 바이런의 감성, 체험, 환경, 기호에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는데 진력했다. 그렇게 여러 해 모은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다듬어 낸 것이 바로 이 전기다.이 책은 2권으로, 1권 1장~15장, 2권 16장~31장으로 구성돼 있다. 소주제로는 탄생과 아버지 어머니, 스코틀랜드의 절름발이 소년, 캠브리지 대학생의 첫 시집, 귀부인들의 질투, 대운하의 방탕아, 위험한 혁명당원, 제노바의 지친 삶, 케팔로니아에서 전황을 살피다, 그리스를 위한 죽음 등으로 나눠, 영국의 애국자가 아니라 모든 문화를 존중하는 코즈모폴리턴으로서의 바이런의 삶과 정신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박 교수는 “바이런은 근대 합리주의로 포맷되지 않은 인간의 원형 그대로였다. 이복누나와의 불륜, 동성애, 수많은 여성과 염문은 그의 원형적 본능을 윤리라는 제어장치를 갖다 대지 않고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이처럼 바이런은 인간 속성의 모든 스펙트럼을 다 드러낸 신비한 인간”이었다고 했다.보편적 인간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줬던 코즈모폴리턴으로서의 바이런의 삶과 정신은 서구 제국의 공동 정서, 공동 유산이 됐고 그 유산을 공유하는 길은 좀 더 그를 가까이해서 이해하고 호흡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그러한 소임에 안성맞춤인 저술로 보인다. 박 교수는 향후 바이런의 작품을 번역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전하며 “다작을 했던 바이런의 작품은 19세기에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오늘날은 잊혀버렸다. ‘워너’는 당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른 작품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이런 것들을 번역해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박재열 교수는 경주고, 서울대학교 문리대 미학과 및 동대학원 미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경주시 산내면 외칠리에 살면서 문학평론가이자 ‘문정 인문학회’ 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라학을 연구하면서 유튜브 ‘신라의 빛’으로 세계인에게 경주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