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서예 전시 형식보다는 일반 관람객들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서예전을 하고 싶습니다"  녹산 한중권 서예가의 네 번째 개인전 ‘塞翁之馬(새옹지마)’전이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3전시관에서 열린다.이번 전시에서는 혼탁한 세상 속에서 한중권 서예가의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감성적인 글씨 30여 점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예정이다. 전시 오프닝은 26일 오후 4시.이번 전시는 2020년, 1년 12개월을 콘셉트로 정한 달력에 담긴 작품 전시에 이어 5년 만이다. 역시 이번에도 2025년 12개월을 달력에 담은 작품이 주요 작품들로 이뤄졌다.   천편일률적인 전시 형식보다는 색다른 전시를 하고 싶었다는 그는 난해한 작품 일색의 전문가 감상 위주의 서예 전시 형식에서 일반 관람객들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전시에 방점을 찍었다.   작품들에는 그가 창작한 조어로 쓴 글씨도 있다. 또 각각의 작품 아래에는 화제에 대한 유니크한 국·영문 해석도 곁들여 위트가 넘친다.   ‘至誠感天’, ‘天佑神助’, ‘春星明月’, ‘水滴石穿’ 등의 작품 이외에도 아프칸 석비 문구 등에서 감성 넘치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회화적이면서도 담담한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에게 성큼 다가간다.   ‘The emotional Letters’라는 부제는 ‘감성적 글씨’라는 의미로, 평소 좋아하는 영화음악가 ‘엔리오 모리꼬네’의 감성을 좇아 글씨에도 진한 감성적 분위기를 전한다.   전예해행초의 오체를 바탕으로 한문 서예뿐 아니라 한글, 한글 고체, 흘림체, 이집트 상형 문자, 메소포타미아의 설형 문자, 문인화 등 다양한 글씨체로 자유롭게 응용과 변형을 가미해 감상을 배가시킨다.   특히 와당 탁본으로 보이는 세 작품은 한 작가가 직접 양각과 음각으로 새기는 공력을 기울여 탁본이 전하지 못하는 디테일을 훨씬 선명하게 표현해냈다.   간결하면서 명료하고 때론 진중하고 시적 은유까지 전하는 이번 작품들에선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지침으로 삼을만한 문구들로, 희망적 메시지를 녹여냈다. 이는 지나치게 공급자에만 맞춘 어려운 장문 등을 지양한 한 작가의 소신있는 결과물에 다름없다.   한중권 서예가는 한국 서단을 평정한 심천 한영구 선생이 부친으로, 정치문화계 저명 인사 등과 제자들로 북적였던 묵향 가득한 서실에서의 성장배경을 지녔다.   ‘아버지는 손톱으로 화선지를 둥글게 자리 잡아주시곤 하셨다’고 회고하는 한 작가는 어릴때부터 오전에는 ‘안진경 근례비’의 글씨를 쓰는 등 연마 과정을 거쳐, 이미 성인 기준으로 수년에 걸치는 붓글씨 분량을 썼다고 했다.   1995년, 심천 선생의 전시를 유독 관심있게 유심히 지켜보던 중, 심천 선생이 발병해 입원하게 되고 이후 한 작가는 서예가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계승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는 심천 선생의 평소 바람이기도 했다고. 취미가 아닌 본격 서예가로서의 의미있는 출발이었고 그의 나이 스물세 살 때였다. 그러니 태생서부터 삶의 연속선상에서 붓과 화선지, 먹향이 진동하는 환경에서 지냈고 지금까지 서예인으로서 한 길로 정진해온 것이다.   그는 전시 중 작품 규모와 수량 측면, 열정적 태도로 임했던 2005년 제2회 개인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긴 호흡이 요구되는 8폭 병풍 글씨도 먹색과 감정, 호흡의 일관성을 위해 아침에 먹을 갈아 장만해두고 하루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서예가로, 경주예총사무국장 등으로 무탈하게 활발한 활동을 잇던 그에게 치명적 변수가 생긴 것은 2014년 2월이었다. 갑자기 쓰러져 2년여 기나긴 투병 끝에 극적으로 ‘생환’해 돌아온 그는 “아프고 나니까 내가 기댈 것이라곤 붓을 잡는 것밖에 없었다. 붓조차 없었으면 살지 못했을 만큼 큰 위안이 됐고 어떤 동아줄처럼 강했다”고 말했다.   당시 아직 성치 않은 몸이었지만 논어 등 고전을 다시 탐독하고 매일 붓글씨를 쓰는 하루 일과를 힘겹게 채워나가며 붓을 놓지 않았다. 그는 “그때 드디어 글씨가 제대로 써질 것 같았다. 이전의 스스로를 구속해온, 그저 배운 대로 썼던 글씨가 죽을 고비를 넘기니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고 돌아봤다.   이즈음 고증적 금석문에 관해 집중하게 됐는데 직접 대상에 대해서 분석하고 연구해 보는 시각을 키울수 있었던 추사체를 재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금속문과 추사제를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즉 스스로의 소신과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 작가는 유독 청년시절부터 기성의 한문 문화권을 벗어나 상형 문자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서예의 고정적이고 관념적인 붓글씨에서 한층 벗어나 확장된 범주에서 세계의 문자를 써보고 싶었다”며 “앞으로는 세계의 다양한 문자들을 자유롭게 작품에 담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좋은 글귀를 통해 깊은 울림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서예가로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쉽지는 않아요. 버텨내기 어렵죠. 공부는 꾸준히 하되, 서예의 현재 수요자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감상자와 공감할 수 있는 작가로 남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한중권 서예가는 한국서가협회 이사,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대의원, 죽농서단 부이시장, 한국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新羅(1999)’, ‘夢遊桃源圖(2005)’, ‘淵默雷聲(2020)’ 등 개인전을 비롯, 韓中日 국제서예교류전(2022),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특별기획전 ‘觀 心(2024)’ 등 다수 단체전에 참가했다. 계명대학교 미술학 석사, 강사를 역임했으며 지난해는 일본 '연감서도(年鑑書道)' 한국 서예가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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