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대가 지난 사람들은 옛날에 읽었던 많은 명작 소설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소설이 바로 인간의 삶이요, 생활의 현 주소였기 때문이다. 책이 귀하던 시절이라 책을 들려가면서 읽고, 같은 책을 읽고, 또 읽고 반복해서 여러번 읽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도 아쉬워 ‘명작의 고장’이란 프로그램이 재현되어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있다. 독자와 가난한 시절에 내용과 흐름이 흡사할수록 인기는 대단했고 작품에 공감을 느껴 한 없이 울었던 때도 많았다고 한다. 상록수의 무대는 옛 주소로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상록공원’이 소설가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의 현주소이며 민족혼이 살아 숨쉬는 신앙의 고장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모진 풍상을 겪은 60년생 향나무들이 방문객들을 반가이 맞는다. 작품 속 채영신의 모델인 최용신의 숭고한 믿음과 교육의 열정이 배어있는 곳이다. 소설 ‘상록수’는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소설 공모에 당선작으로 농촌계몽운동을 내용으로 하여 작가의 문명(文名)을 일세에 떨치게 한 작품이다. 이 곳에 들어서자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는 농촌 계몽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최용신 선생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소설의 주인공 채영신과 박동혁은 계몽운동에 참여하여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한 고리대금업자의 농간으로 계몽운동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 사별한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계몽운동은 한 사람의 애국정신이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북극성처럼 빛나는 훌륭한 업적이었다. 상록공원은 민족혼이 감도는 ‘역사의 현장’이며 신앙의 고향으로 부르는 까닭은 한 여성의 농촌운동이 겨레를 계몽시키는 발원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60여년 전 이 공원은 검정치마와 흰저고리를 입은 아이들의 배움터인 루시유아원이 험난했던 과거사를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겨레의 후손들아, 위대한 사람이 되는데 네 가지 요소가 여기 있나니 첫째는 가난의 훈련이요, 둘째는 어진 어머니의 교육이요, 셋째는 청소년 시절 받은 큰 감동이요, 넷째는 위인의 전기를 많이 읽고 분발함이라. 공원 한 곳에 농촌계몽운동가 최용신 선생님이 남긴 말씀이 이 현장을 우뚝 지키며 돌로 남아 있다. 최 선생의 신념은 ‘자녀들에게 공부시켜 나라를 찾고 잘 사는 국가를 만들려면 깨우쳐 변화됨을 강조했다. 그는 복음과 민족정신을 가르치다 장염으로 1935년 1월, 25세 6개월의 생애를 끝냈지만 상록수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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