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광의 트렌드는 유적 중심이 아니다. 그 지역의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진솔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전 세계적이다. 세계 유수의 관광지에서 배낭을 짊어진 관광객들이 그 도시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로컬식당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또 과거부터 가장 좋은 관광 방법은 그 도시의 재래시장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익히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패키지 투어가 아닌 개별 관광객들은 유명 유적지를 찾는 것보다 자신이 방문한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시장을 찾는 일을 가장 먼저 한다.경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1천년의 역사를 넘긴 다양한 고대국가의 유물과 유적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뀌는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한다면 유적, 유물 중심의 인프라로 관광도시의 면모를 유지하기 힘들다.계림연합문화관광형시장사업단 선을 보인 ‘전통시장&경주 나이트 투어’는 매우 훌륭한 시도다. 관광객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면서 시장경제 활성화도 함께 거둘 수 있다. 경주 보문단지에 투숙하는 관광객들을 모아 경주의 전통시장을 보여주고 동부사적지와 동궁, 월지의 야간 투어를 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지난 3일 시작해 2주간 200여명의 관광객이 참여했다고 하니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시작 초기의 성과로 매우 희망적이다.또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보문관광단지와 중심상권이 서로의 이해관계로 갈등이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상생의 기회를 삼는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이제 이 프로그램은 첫 발을 내디뎠다. 단순한 재래시장 장보기, 유적지 야간 투어에 그치지 말고 살을 붙이고 재미를 더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그리고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더욱 많이 개발해야 한다. 이를테면 경주의 전통 골목투어, 설화와 함께 하는 이야기 투어 등 경주만의 매력을 자랑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면 신라의 역사·문화와 함께 경주의 현재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계기를 만들 수 있다.조상이 물려준 유적만 보듬고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여기에 어떤 프로그램을 더해야 할 것인지 당국은 적극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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