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장군의 고택 경주 재매정지(경주시 교동 89-7) 인근에서 700여 매의 철판으로 만들어진 통일신라시대 비늘갑옷(札甲)이 출토됐다. 다만, 발굴조사단은 재매정지 아래 수혈구덩이에서 갑옷이 출토된 점과 갑옷의 세공형태가 작고 비늘의 규격이 불규칙한 점, 김유신 장군이 작고한 시기가 7세기 말인 점을 미뤄 김유신 장군이 사용했던 갑옷은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12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최영기)은 경주 재매정지(사적 제246호) 유적의 발굴조사 중 통일신라시대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비늘갑옷이 출토됐다고 발굴조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통일신라 시기의 갑옷은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청동소찰의 일부를 제외하면 실물자료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갑옷은 삼국시대에 해당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 따르면 발굴조사는 유적의 정비계획수립을 위해 지난 2013년~2014년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비늘갑옷은 13호 구덩이에서 토기와 기와, 다른 금속유물 등과 함께 녹슨 덩어리 채로 출토됐다.
비늘갑옷은 길이 5~10cm, 너비 2~3cm 내외의 철판 700여 매로 이루어져 있으며, 투구와 목가리개 등의 부속구가 동반되지 않아 몸통부분에 해당되는 갑옷으로 추정된다. 제작 시기는 함께 출토된 유물로 미루어 보아 최소 7세기 이후에서 최대 10세기 경 사이로 보여진다. 함께 출토된 철제 자물쇠와 청동장식품, 불상의 광배 파편 등도 완전한 상태가 아닌 점으로 보아 파손되거나 쓸 수 없게 된 귀중품을 땅에 묻어 폐기한 것으로 조사단은 추정하고 있다. 최순조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연구실 2팀장은 "현재까지 김유신 장군(595∼673)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갑옷이 출토된 적은 없다. 이번에 출토된 갑옷이 김유신 장군의 유물로 보기 어려운 것은 갑옷이 재매정지 아래의 인위적으로 판 수혈구덩이에서 출토된 점과 시기적으로 출토된 유물 가운데 10세기 경으로 추정되는 토기가 나왔다"면서 "갑옷 또한 비교적 크기가 작고 비늘을 이루는 소찰의 규격이 불규칙적이라 높은 신분의 장군이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주시와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정밀한 고증과 기초연구를 거쳐 복원품을 제작하고 연구와 전시자료는 물론 신라 고취대 복원사업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성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