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신문=장성재 기자] 1950년대 일본에서 '조센진'으로 차별 받으며 살아가야 했던 그 시절의 정서를 어머니가 좋아하던 '튤립'을 통해 표현해 낸 재일교포 출신 안천용 화백의 초대 개인전이 경주에서 열린다. 내달 1일부터 28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에서 열리는 안천용 초대 개인전에는 어머니, 튤립, 풍경 등 유화 작품 2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안 화백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향의 이미지는 칙칙한 색깔을 떠나 형형색색의 비단처럼 밝고 고운 색채들로 꾸며지고 있다. 또한 뚜렷한 색상대비를 통해 그림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을 교차적으로 사용해 단조롭지 않으면서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에서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에서 시선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튤립과 어머니를 그린 근작에서는 붉은 색을 덜어 낸 순백색을 사용함으로써 억제된 감정 배출을 유도하며 순화되는 과정을 그려낸 듯하다.
특히 안 화백의 작품 가운데 흰 튤립과 노란 튤립이 나란히 피어 있는 '꽃_2013作'은 안 화백이 어느 날 읽은 시의 내용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으로 이주노동을 떠나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는 남편을, 엉겅퀴 꽃이 만발한 철원평야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표현했다고 하는 이 시는, 안 화백 부친을 비롯한 당시 조선의 이주노동자가 겪었을 생의 고통과 맞물려 있다. 이는 안화백의 눈을 통해 굴절되어 튤립으로 투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화백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튤립을 그렸지만, 이 꽃은 엉겅퀴의 꽃말처럼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고독한 사랑’을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안 화백의 작품은 50여 년 전 25살의 청년 화가로서의 꿈을 접으면서도 그리고 싶었던 그리움의 모티브였고 색깔이었으며, 기억이었다. 십여 년 전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최근 경주로 안식처를 옮기면서 붓을 잡은 재일교포사업가 안천용 화백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기도 하다. 라우갤러리 전시 관계자는 "서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안 화백의 작품은 그림과 마주하고 있는 순간 그 이미지를 통해 까마득히 잊고 있던 고향의 정서, 그 순수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면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