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가 마침내 미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 후보는 4일 실시된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에 완승을 거둬 제44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오바마 후보는 서부지역의 개표가 끝나기도 전인 이날 오후 11시(한국시각 5일 1시) 미국 언론사들의 출구조사 결과에 의거해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마침내 탄생했다. 예견되기는 했지만 반신반의하던 전세계 모든의 이목 앞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는 당당하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이 독립을 쟁취한 지 232년만에, 국가로 최초의 대통령을 선출한 지 219년만에, 그리고 에이브러햄 링컨이 흑인 노예를 해방해 미 의회가 이를 인준한 지 143년만에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오바마의 대통령 등장은 기존 미 정치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권교체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장을 여는 셈이다.
흑인 노예가 해방된 이후 린든 존슨 대통령의 인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엄연히 남아있는 백인의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넘어서 당당히 그 정점에 선 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다”고 외친 지 45년만이다.
이처럼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역사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현재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이념적 주제에 한 대칭축을 형성함으로써 기존 축과 대별되는 새로운 체제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지적하는 미국의 독단주의 지적에서부터, 미국내 자유의 훼손된 기본정의, 신의 관념과 과학의 관계, 결혼과 낙태에 대한 논쟁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외에서는 지난 8년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반쪽이 거의 완전히 무시되는 상황에 따른 고조된 반발감의 대치점을 이뤄왔었다.
자유의 개념에서는 새로이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가 다소 제한돼도 무방하다는 신안보주의, 혹은 신집단주의가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 없이 들어섰다.
해외통화자와의 대화시 전화나 이메일 등 통신을 도청해도 괜찮다는 해외정보법의 미 의회 통과와 고문에 대한 해석의 변화 역시 기존 인본주의가 고조됐던 시절과는 다르게 변모됐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신체에 고통을 가해 하고싶지 않은 말을 이끌어내는 것이 고문이었으나, 그 고통이란 부분에서 ‘심각한 위해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리 고통이 와도 고문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바뀐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던 과학의 업적이 신의 영역과 비견되면서 하찮은 이론으로 격하됐고, 학교에서는 창조론이 널리 알려지고 법원앞에 10계명 비가 들어서도 당당해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바마의 등장은 바로 이같은 공화당으로 대별되는 종래의 WASP(앵글로색슨족으로서 프로테스탄트)라는 종교색채가 강한 백인위주의 반이민주의 사회통념을 다민족, 다양성을 위주로하는 실증적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대통령으로서 등장은 낙태와 줄기세포 연구를 인정치 않는 수가 다수인 대법원 법관들의 분포를 다시 바꾸는 기회를 가질 것인지가 관건이 되게 할 것이고, 또한 동성애가 합헌이 되기를 기대하는 수만명이 그를 지지했으며, 모친의 건강이 위태로울 경우 낙태가 허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수천만명의 미국인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국가 외부에서는 한때 경찰국가로 자처하다 뒤로 빠져버린 미국의 지도적 위치를 다시 세워주기를 기대하는 제3세계 국가들은 물론 우월적 지위를 갖는 국가로서의 미국이 아닌 실세를 가진 동반자로서의 인격적인 미국의 외교모습을 기대하는 유럽각국과 선진국들의 기대는 오바마의 열렬한 지지로 표출되기도 했었다.
그는 그만큼 외국으로부터도 격려와 기대를 한몸으로 받고 있다. 다원주의와 국제기구의 접근을 주장해온 오바마로서는 그들의 기대와 큰 거리감은 없어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외교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되던 오바마로서는 친숙함을 주무기로 국제사회에 미국의 새로운 자세와 모습을 가꿔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 오바마로서는 한 대척점의 끝만을 형성해서는 안되는 위치에 서있다. 그가 단지 민주당의 한축으로서만 작용할 경우 이는 새로운 극단의 표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할로윈데이에 그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쵸콜릿을 주지 않은 공화당원들의 불편한 심기를 포용해야 한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현재 그를 거부하고 그에 반목하고 있다.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대통령에 될 수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의 반목과 질시와 배타와 대척을 끝낼 수 있어, 그가 주장하던 ‘변화’를 몰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그를 오늘의 대통령으로 있게 한 것인 만큼 그는 앞으로 반쪽의 미국, 공화당이라고 하는 미국을 끌어안고 갈 새로운 이념을 정립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전처럼 그저 미합중국이라는 나라의 깃발만을 앞세우고 국민들에게 애국심만을 호소했다가는 오히려 반목의 골만 깊게 만든 채 남북전쟁 당시처럼 고정화된 남부 일부주와 북부 일부주가 뚜렷이 구별되는 대치를 만들어낼 위험성도 없지 않다.
그가 이른바 경합주로 분류된 곳에서 선전한 것처럼 그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이념과 외골수에 포용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지도력이 어느 때 보다로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