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 지역 살림과 교육을 이끌 일꾼을 뽑는 6·13 지방선거 투표일이 밝았다.
특히 대구는 2014년 치러진 6·4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사전투표율 역시 16.43%로 전국 꼴찌를 기록해 투표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곳이다.
13일 대구서 치뤄진 지방선거의 투표소 분위기는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와 지역 전통을 강조하는 '보수'의 팽팽한 기싸움에 오히려 차분한 광경을 보였다.
대구 수성구 수성1가동 제2투표소 신명여자중학교를 찾은 유현승(41)씨는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오십보백보라 뽑을 사람이 없다는 유권자가 많지만 이 중 조금이라도 더 나은 후보를 선택해 한 표를 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구 동구 방촌동 제5투표소인 강촌마을우방2차아파트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하기 위한 유권자의 긴 줄이 이어졌다.
투표소에는 편안한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의 대학생부터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노인, 정장을 입은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로 붐볐다.
같은날 대구 북구 산격3동 제1투표소인 대구교육박물관에도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박지송(27·여)씨는 "수십년을 보수의 성지로 자리매김해 온 대구가 지금까지 얻은 게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제라도 보수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바람이 찾아올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투표소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일부 어르신은 투표소 곳곳에서 보수가 무너지고 있다며 또래 어르신들에게 특정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유병준(72)어르신은 "나라를 팔아먹은 정부의 편을 찍어주기는 싫다. 대구만이라도 보수의 전통을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투표에 관심을 보였다. 부인과 함께 수성구 범어동 제3투표소인 범어초등학교를 찾은 프랑스인 에밀리앙 고호(34)씨는 "한국은 정당별로 색깔이 나뉘어 있고 노래하고 율동하는 모습이 마치 파티와 같았다"며 "학력과 병역 등이 기록된 선거책자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또 "프랑스에서는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후보를 뽑는데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능력을 중시하는 것 같다"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사건·사고가 도 잇따랐다.
이날 낮 12시 50분께 북구 칠성동 길에서 김모(82) 할머니가 쓰러져 있다는 행인 신고를 받고 119구조대가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김 할머니는 북구 칠성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 들러 투표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남구선거관리위원회는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훼손하거나 사진 촬영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55·여)씨와 B(52)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 10분께 대구시 남구 대명4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용지 재교부를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기표한투표지를 찢은 혐의다.
한편 이날 투표는 대구 지역 총 627개 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뤄졌다.
김범수·지우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