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야당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리수를 두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오는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미(對美)압박 효과를 기대한 조치로 분석된다. 4월 국회에서 한미FTA비준안을 의결한다고 해서 6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6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대비한 최소한의 카드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의원이 총대를 멘 강행처리 과정에서 토론과 표결 과정을 생략한 데 이어 야당 의원들에게 통보하지 않은 채 여당 의원들만으로 구성된 기습 회의에서 재차 의결을 한 데 대해 절차상 효력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여당의 통과 주장과 야당의 무효 주장이 맞서면서 다시 정치적 공방에 빠져들게 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최근 이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만나 한미FTA진전을 위해 협력키로 했기 때문에 국회가 6월 2차 한미 정상회담 이전 한미FTA비준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강행 처리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미국이 협상 내용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어 '선(先)비준'은 오히려 한국의 협상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속도조절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협정문에 손대는 재협상 없이 한미FTA처리를 원한다'는 대니 세풀베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보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의 전향적 태도에 희망을 걸고 있다. 따라서 6월 정상회담에서 한미FTA와 관련한 논란의 일단락을 짓기 위해서는 미리 한미FTA비준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게 한나라당의 논리다. 국회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2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6월 정상회담에서 한미FTA관련 얘기가 나올테니 우리도 준비를 해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단 상임위를 통과시켜 놓으면 정상회담 때 우리가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정상회담은 물론 지금 진행중인 한-EU FTA도 힘을 받을 수 있다"며 "한미FTA를 처리하면 국가 신인도가 높아져 수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한미FTA비준안을 계속 반대하고 나선 것도 상임위 의결을 앞당긴 계기가 됐다. 황 의원은 "정상회담 프로세스는 5월에 만들어지는데 정상회담 코 앞에 가서 한미FTA비준안 의결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면 늦는다"며 "6월 국회 가서도 민주당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 시간만 늦추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한미FTA비준안 상임위 처리로 대미 협상력을 구축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박진 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외통위원들을 보는 야당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한미FTA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논란이 제기되자, 오후에 다시 야당 의원들을 배제한 채 기습적으로 재의결 절차를 밟은 데 대해 거듭 효력 논란이 제기되는 등 '코미디'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그동안 우리는 토론하자고 수도 없이 이야기 했다"며 "박진 위원장은 서둘러서 한미FTA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비준안 의결을 강행한 박진 외통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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