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위기에 놓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가 새롭게 단장됐다.
지난 2007년 대구지역 언론 등에서 전직 대통령의 생가가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후 2년여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11일 오전 11시 대구시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 내 596번지 노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생가 입구 좌측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이 사라지고, 고즈넉한 돌담이 생겼다. 우측에는 생가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새 화장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생가로 올라가는 계단도 돌계단으로 새롭게 깔렸다.
466㎡의 터에 1층 목조건물로 된 기와집 2채(창고 및 디딜방앗간, 부엌 포함)와 우사로 구성된 생가는 안채 옆 부뚜막의 녹슨 가마솥과 마당에 놓여 있던 가마솥은 기름칠을 한 것만큼 빛을 발하고 있었다.
천장의 흙이 떨어져나간데다 찢어진 장판과 벽지, 여기저기 금이 갔던 4칸의 방은 깨끗한 공간으로 새 단장 됐다. 낡고 깨진 기왓장도 새 것으로 모두 교체됐고, 마당과 화단에 방치됐던 잡초는 사라지고 황토로 꾸며져 있었다.
기존 을씨년스럽던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개.보수는 지난 2월26일 노 전 대통령의 자녀들과 사위들이 각출한 2억여원의 사비를 투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달 말 화장실 공사 마무리 작업만 남았다.
노 전 대통령의 생가 개·보수 작업은 생가 소유주인 교하노씨 산동공파 종중의 의지부족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지지부진했었다.
11일 대구 동구청에 따르면 2007년 생가 관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종중 측이 지난해 1월 동구청에 생가 기부채납 의사를 밝혔다. 이때부터 노 전 대통령의 생가 보수와 보존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동구청도 기부채납을 받아 생가 보존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구시에 생가 기부체납의향에 따른 주변정비사업비 예산 97억원을 지원해줄 것도 건의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예산부족과 관광자원화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재임 중 비리로 퇴직한 뒤 구속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생가를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들여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생가 관광자원화를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종중도 기부채납의 조건인 생가 개.보수 작업을 미루면서 생가 보존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이후 지난 2월10일 노 전 대통령 영부인 김옥숙 여사가 생가를 방문했고, 2월16일부터 본격적인 개·보수공사가 이뤄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서진에 따르면 종중은 기부채납의 조건인 생가 개·보수작업을 마무리한 만큼, 오는 9월께 동구청에 생가를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 비서 A씨는 "현재 소관부서인 동구청 문화공보실과 기부채납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중이다. 만약 동구청이 기부채납을 받지 않을 경우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따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구청은 구정조정위원회에서 의결이 되면 종중의 기부채납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김용규 문화공보실장은 "지난해 종중이 기부채납의 조건이 개·보수 약속을 어겨 구정조정위원회에서 의결된 기부채납을 취소했었다"며 "이번에 다시 종중의 기부채납이 의결되면 문화재관리요원을 배치해 생가관리에 나서는 한편, 생가 관광자원화를 위한 진입도로 개설비와 주차장 시설비 등을 다시 대구시에 지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노 전 대통령 생가 보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대구참여연대는 동구청의 기부채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