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조승수(울산 북·사진) 국회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방폐장 처분동굴(사일로)의 배치 변경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부지 안전성과 관련한 의혹을 전면 재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13일 방폐장에 대한 국감에서 촉구했다.
13일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서 지경위 소속 위원들은 연약지반으로 안전성 논란이 줄기차게 일고 있는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 조사를 잇따라 요구했다.
조 의원은 이날 ‘한수원의 처분동굴(사일로) 배치도면’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한수원이 경주 방폐장 처분동굴(사일로)의 기존배치를 변경하는 최적 배치안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또 “건설동굴과 운영동굴의 길이는 기존보다 짧아지고, 6개의 처분동골(사일로)도 모두 기존 위치보다 우상향된 곳에 배치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특히 "처분동굴(사일로)에 대한 변경배치 회의 참석자가 단순 실무선에서 그치지 않았고, 한수원 방폐물사업차장의 결재까지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한수원 측이 위치변경을 비중 있게 검토했던 게 사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한수원이 대외적으로는 경주 방폐장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일로 위치변경을 검토했던 것은 지질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라며 “경주 방폐장은 안전하게 건설돠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안전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빨리 관련 내용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면 재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은 "방폐장 사업은 지난 정부와 민간기업, 공기업이 합작한 총체적 부실로 연약암반이 드러났지만 관계기관은 무조건 파고 보자는 식인데다 '공학적 보강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면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필요하다면 국정조사까지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암반 5등급은 안전성을 확보할 방법이 없으며, 구조물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일로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기관의 의견"이라며 "한수원과 방폐공단이 '킨스와 IAEA, 지질학회의 조사자료를 근거로 내세워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 3곳의 자료 어디에도 안전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은 없다"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은 "지역의 공동협의회에서 안전성을 재조사한다는데 협의회에 맡겨둘 게 아니라 지경부가 앞장서서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지경부도 협의회에 들어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4차 지질조사까지 했는데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똑같은 회사가 조사를 했기 때문"이라면서 "회사를 바꿔서 조사를 했다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고 조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방폐장과 관련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책임이 있고,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나서야 하는데 현재 방폐장 안전성 논란과 관련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면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방폐장의 안전성뿐 아니라 향후 관리를 위한 위원회로 안전위원회와 진흥위원회를 만드는 등 원자력 행정체제를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이지만 땅속 지질상태를 상세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아직 안전성 의혹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는 지역 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조승수 의원과 환경단체들은 9월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부지에 풍부한 지하수가 분포돼 있으며, 유속도 빨라 방사성 핵종이 누출될 경우 한 달 내에 주변 바다와 지표면에 닿을 정도”라고 밝혔다.
조 의원 등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관해 실시했던 1~3차 부지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삼아, “해당 부지에 파쇄대, 단열이 발달하는 등 갈라진 곳이 많아 지하수를 함유한 지층(대수층)이 존재하고, 유속이 급격히 변하는 등 지하수가 어디론가 흘러 빠져나가는 현상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당시 환경운동연합 미래기획팀의 양이원영 부장은 “보통 하루 200t의 지하수가 나오면 샘물공장을 차린다는데, 방폐장 건설 현장에서 1000t 넘는 지하수가 분출된다”며 “흐름 속도도 빨라 한 달이면 500m 떨어진 해변까지 닿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5년 과학기술부가 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 고시에는 지하수위는 자연현상에 의한 변동과 계절적인 변동이 크지 않을 것, 지하수 유동 및 유속은 작을 것, 방사성 핵종의 예상 지연시간이 핵종이 붕괴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곳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반박자료를 통해 “조 의원과 환경단체들이 지적한 지역은 처분고보다 훨씬 위쪽에 있는 대수층으로, 처분고는 해수면 아래 80~130m에 위치해 지하수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며 “지하수 유동 모델링 분석은 19개월에 걸쳐 원자력 규제기관의 심사를 통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발전소 주변지역 범위를 5㎞에서 10㎞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청원서를 제출한 울산 북구 주민대책위는 13일 한수원 국감현장을 찾아 조속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최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