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피를 말리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9일 오후 11시 현재(개표율 14.1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39만4635표(50.11%)로 223만0273표(46.67%)를 얻은 국민의힘 윤석열 16만4362표 차로 앞섰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9만4494표(1.97%)를 얻어 3위를 달렸다.그러나 이 표차는 역대급 박빙으로 당선 윤곽을 가늠할 수 없어 각 당의 선거대책본부는 숨죽이며 개표 진행상황을 지켜봤다.
이날 오후 7시30분에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부터 이 같은 초접전을 보였다. 출구조사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 중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붙어있는 표심을 보였다. 선거운동 막판에 일어났던 야권 단일화와 페미니즘 논쟁, 대장동 육성파일 공개 등의 이슈가 두 후보간의 지지도 격차를 초박빙으로 몰고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선거운동 기간 계속 불거진 두 후보의 리스크로 유권자들이 쉽게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면서 부동층으로 남아 있었던 점도 팽팽한 결과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인물론과 정권교체론이 맞서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전개됐다. 이재명 후보는 ‘위기에 강한 경제대통령’을 표방했고 윤석열 후보는 ‘상식과 정의를 통한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인물 경쟁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섰지만 꾸준하게 높았던 정권교체 여론은 윤 후보에게 유리했다.
여기에 선거 초반 윤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윤 후보가 흔들렸지만 중반에 이 후보 배우자의 법인카드 논란이 터져나오면서 비긴 셈이 됐다. 그 결과 본격 선거운동 기간에 두 후보의 배우자가 나타나지 못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막판 최대 변수였던 야권 단일화는 두 후보 어느 누구에게도 유리한 득표를 가져다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와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신경전이 장기화되다가 사전투표 직전에 단일화를 합의함으로써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운동 막판에는 양 후보 지지층이 총집결하는 절박함도 보였다. 그만큼 양 진영이 자신 있게 우세를 점치지 못했다는 증거다. 사전투표에서 36.9%의 유권자가 투표한 것도 진영 대결이 첨예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전통적으로 진보층이 유리하다는 고정관념도 통하지 않았다. 두 후보는 모두 사전투표를 호소했다.
출구조사 결과로만 보면 이 후보는 호남권에서, 윤 후보는 영남권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던 지역별 성향이 그대로 유지됐다.
또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남성은 윤석열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함으로써 남녀의 표심이 갈렸고 세대별로는 중년층이 이 후보를, 노년층이 윤 후보를 높게 지지하면서 사회적 변혁기를 살아온 경험이 표심에 반영된 현상도 보였다.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보는 지역별, 세대별, 성별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통합과 화합으로 안정시키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투표가 오후 7시30분까지 이어졌고 선두 후보의 치열한 박빙승부를 펼치면서 당락 윤곽은 10일 새벽에, 최종 개표결과는 10일 오전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