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만나 해법 모색에 나섰다. 배상 해결을 위한 4차 민관협의회도 오는 5일로 예정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전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박 장관은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의 자택을 차례로 예방했다. 마지막으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징용피해자 고(故) 김혜옥 할머니의 묘소를 참배했다.박 장관은 고령의 피해자들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묻고 강제 징용으로 겪은 고충과 사연을 경청했다. 또 추석 명절을 맞아 큰절을 올렸다.박 장관은 "나라를 뺏기고 강제 징용의 고초를 겪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해진다. 일본과 외교 교섭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피해자측이 지난 7월 이후 민관협의회 '보이콧'을 선언한 것을 고려했을 때, 박 장관이 직접 광주로 내려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점은 시기적절했다는 평가다.반면 박 장관이 피해자 측에서 항의하고 있는 '대법원 의견서 철회'에 대한 질문에 "법원 판결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일본 기업의 사죄에 대해 말을 아꼈다.
 
박 장관은 이날 저녁 KTX를 타고 광주역을 출발해 서울역으로 향하다가 돌연 광명역에서 하차했다. 그는 광명역에서 곧바로 인천시의료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전옥남 할머니의 별세소식을 접하고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전옥남 할머니는 14세 때 일본 도야마의 후지코시 비행기 공장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근로정신대 징용 피해자였다. 베어링을 만드는 일을 하다 손가락을 크게 다쳤지만 보상은커녕 품삯도 제대로받지 못했다. 그녀는 일본 군수기업인 후지코시를 상대로 일본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번번이 졌다.이후 국내 소송에 기대를 걸었고 3년 전 이겼다. 하지만 끝내 사죄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박 장관은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찾아와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고 고인께 절을 올려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고인의 아들 삼형제는 예상치 못했던 외교장관의 조문에 놀라며 “어머니께서 생전에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기다리시다 세상을 떠나셨지만 이렇게 외교장관께서 찾아와 주셔서 그나마 위로가 되실 것 같다”고 예의를 갖춰 말했다. 박 장관은 한을 풀지 못하고 타계한 전옥남 할머니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큰절을 하며 고인의 평안한 영면을 빌었다.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오는 5일 열리는 4차 민관협의회에 대해 "주심 대법관 퇴임 등 일자와 연계해서 추진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형 주심 대법관의 정식 임기는 4일까지지만, 이날 퇴임식을 마친 것을 고려할 때 후임 대법관이 사건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