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택에서 제외된 제안이 시책으로 선택되기도
경주시가 시민들의 소중한 아이디어를 시정운영에 반영하고자 조례를 정해 운영하고 있는 제안제도가 입법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시는 지난 2008년 ‘경주시 제안제도 운영 조례’를 제정해 시민들의 제안을 수렴하고 이를 심사해 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입법화 했다.
하지만, 이 조례가 제정된 후 2008년과 2009년 두 해 동안 시민제안 128건, 공무원제안 16건 등 모두 144건의 제안을 접수했으나 단 한건도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주시의 제안관련 담당공무원은 “많은 수의 제안이 접수되지만 대부분이 시정건의 수준이어서 채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담당자의 대답과는 달리 일부 시민들이 제안은 제안당시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제안을 채택하지 않았으나 이후 시정에 반영된 것들이 있어(본지 376호 1면 머리기사 참조) 제안 심사과정이 좀 더 신중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 조례에는 시민들의 제안을 제안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심사토록 규정하고 있다.
단, 많은 제안들을 모두 위원회에서 심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국·소장과 과장, 담당직원으로 구성된 실무심사위원회에서 1차로 제안을 걸러 제안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년간 144건에 달하는 시민들의 소중한 제안은 실제로 공무원들로 구성된 실무심사위원회를 통과 것이 단 한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제안 당시 제외 됐던 시민들의 소중한 제안들 중 일부는 실무심사위원회를 열고 이를 심의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어 담당공무원들이 너무 소홀하게 제안을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처럼 실무심사위원회가 대부분 시민들의 제안을 걸러내다 보니 일정시간이 흐른 후 제외됐던 제안들이 다시 경주시의 시책으로 지정되어 행사를 진행하는 등 황당한 일이 발생하자 제안을 했던 시민들은 "공무원들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심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지난해 시가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행사를 진행했던 ‘경주의 별 선포식’의 경우도 이미 1년여 전에 한 시민이 비슷한 제안을 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제안을 담당하는 시 공무원들의 좀 더 신중한 심사가 요구되고 있다. 신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