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지난해말 임기가 만료된 이통장 252명(40%)을 물갈이 하면서 그동안 이·통장직을 천직으로 알고 봉사해왔던 전임 이·통장들의 지난 임기를 되돌아보고 이웃의 형으로 친근한 벗으로 노력한 전임 이·통장들이 흘린땀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경주 감포읍 오류3리 오인근 전이장
"동네 어른들이 평생 이장으로 추천하고 싶다며 지금도 읍에 가서 추천해 줄테니 다시 이장을 하라고 합니다."
경주시 감포읍 오류3리 오인근(54) 전 이장의 말이다.
오 전 이장은 지난해 말 오류3리 이장직을 그만 뒀다. 마흔한살 되던 지난 1997년부터 이장으로 봉사해 왔으니 약 13년을 한 셈이다.
13년 하던 이장을 그만둔 것은 지난 2003년 개정된 ‘경주시 리·통장 및 반장임명 등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일선 이·통장의 3회 이상 재임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오 전 이장이 오류3리를 위해 한 일은 재임기간 만큼이나 많다.
그 중에서도 36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마을회관과 수로 등을 한꺼번에 정비한 것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일이다.
당시 감포읍의 다른 마을 이장들은 “오 이장이 감포읍 예산을 모두 가져 간다”며 항의를 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오 전이장은 한 때 100가구를 훌쩍 넘는 큰 동네였으나 세월이 가면서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는 등 인구가 줄어 지금은 75가구 200여명으로 줄어든 고향의 모습이 가장 안타깝다고 농촌의 현실을 아프게 바라봤다.
명절에 찾아가 라면과 생필품 등을 전달하면 환하게 웃던 혼자사는 어른들의 웃음이 이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오인근 이장.
“한번 이장은 영원한 이장 이니더”, “고마 이장 한번 더 하이소.” 만나는 주민들 마다 나누는 정겨운 인사가 지난 13간의 봉사로 흘린 오 전이장 땀을 시원하게 씻어 준다.
“주민들이 원하는데 한번 더 하시죠.”라는 기자의 농 섞인 질문에 “아이고 말도 마이소, 이장하려면 술에 치어서 내가 죽지요 죽어.” 손사래를 치는 오인근 전이장의 얼굴에서 동해의 햇살만큼이나 밝은 웃음이 묻어난다.
사진설명
마을 위에 위치한 오류지를 둘러보며 단 한방울의 농약도 유입되지 않는 청정호수라고 자랑하는 오인근 전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