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여야간 마지막 합의 시한을 목전에 두고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헌법상 시한(12월2일)과 정기국회(12월9일)를 넘긴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15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로 했으나 입장차를 좁히기는커녕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의 경고성 발언만 주고받았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4일 최종협상안 제시를 요구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히려 민주당이 내라"며 일축했다. 양측 모두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태도다. 국회 과반 1당인 민주당은 여당이 협상안을 가져 오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에 감액을 반영한 자체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으로선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선 예산안 합의 처리가 필요하다. 헌정사에서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한 전례도 없다. 김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라지만, 이런 부담을 안고 수정안 처리를 밀어붙일지 미지수다. 국민의힘도 무작정 거대 야당과 맞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정운영의 무한 책임을 진 집권당인데다 가뜩이나 경제가 안팎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번 처리 시한도 넘긴다면 김 의장은 새로운 시한을 설정해 합의를 독려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의 힘겨루기로 국민의 정치 혐오만 커지고 있다.  협상 타결을 가로막는 최대 쟁점은 대기업 법인세 인하 문제다. 국민의힘은 현행 25%인 대기업 법인세를 22%로 낮추는 인하안을 제시했다. 한국의 법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다. 이를 낮춰야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반도체 등 한국의 첨단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현재 반도체 경쟁국 대만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로, 지방세를 포함하면 대만과 한국의 세율 격차는 7.5%포인트가 된다. 우리 기업의 세 부담이 커진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복지 확대 기조에 맞춰 세율을 올렸기 때문이다. 여당은 글로벌 추세에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왜곡된 세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김 의장이 정부안대로 법인세를 낮추되 2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냈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로 인한 낙수효과론이 이명박 정부 때도 허위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투자를 유인하지도 않고 오히려 정부 세수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 문제는 여야와 좌우를 가르는 기준선으로 여겨진다. 감세 효과로 얼마나 많은 투자와 일자리가 창출되느냐는 경제적 관점의 논란이라기보다 정당의 정체성 및 이념 지향과 맞물려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예산을 이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맞는 것인지 민주당 스스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정권심판을 선택하고 윤석열 정부에 5년의 국정운영을 맡겼다는 점을 민주당은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여당도 야당과 감정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국익의 관점을 강조하며 상대를 설득하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 밤을 새워서라도 협상하고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해야 한다. 그것이 집권여당에 부여된 책임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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