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과 동북아 긴장 고조를 틈타 군사 대국화를 모색하는 일본이 유사시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하는 등 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16일 임시 각의에서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의 개정을 의결했다.
이들 문서는 일본이 5~10년마다 개정하는 방위 정책의 기본 방침이다.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방위비 대폭 증액 등 군비 증강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반격 능력 보유'에 관한 언급이다.
이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 한다'는 일본 평화 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으로, 일본 내에서조차 위헌이라는 지적에 제기됐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헌법 9조의 이념 아래 지금까지 내걸었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 가능)의 형해화가 더욱 심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일본 집권 세력은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계기로 개헌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개정안은 반격 능력을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이 행해진 경우, '무력행사 3 요건'에 근거해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한 부득이 한 필요 최소한의 자위 조치"라고 기술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미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때도 적국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그 대상이 북한이나 중국, 지역은 한반도나 그 주변이 될 공산이 크다.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서 무력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은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은 3대 안보 문서 개정의 후속 작업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 여기서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를 반영해 양국의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공격, 일본은 수비'라는 기존의 틀이 깨지고 일본이 공격 역할까지 겸하게 되면 동북아의 안보 지형의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본은 반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인 2027년까지 2%로 늘리고, 원거리 타격을 위한 무기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문제는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국의 동의 없이 일본 또는 미국·일본의 결정만으로 한반도에서 일본이 군사 행동을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본은 군사 대국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사시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 분주하다. 안보 정책의 대전환 선언이다. 일본의 안보지행의 큰 변화는 이미 예고된 일이다. 지형적으로 일본에 비해 더 위험한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것인가.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