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일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국민의힘이 3일 이틀간의 전대 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대선에서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되찾고도 이준석 전 대표 징계 파동과 10·29 이태원 참사 등 크고 작은 악재 속출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사분오열된 여당을 한 데로 묶고 정부와 합심해 총선 승리를 이뤄내는 것이 차기 지도부에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연금·교육 개혁 추진을 뒷받침해야 할 책임도 안고 있다.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의 중간 평가인 동시에 향후 임기 3년의 국정운영 동력이 걸린 기로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전대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그만큼 남다르지만, 선거전 양상은 정치 혐오만 부추긴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퇴행적이다. 집권 여당의 품격에 걸맞은 정책과 비전 경쟁은커녕 '윤심'이 서로 자신에게 있다고 우기며 깎아내리기 공방에 열심인 모습이다.
특히 여권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의 행태는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력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찍어내기' 논란 끝에 불출마를 선택한 상황에서 이번엔 안철수 의원에 대한 친윤계의 견제가 노골화하고 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전날 "대통령에 태클을 걸던 분이 가짜 윤심팔이를 한다"고 포문을 열자 "대통령을 화나게 한 나경원 케이스와 같다", "대선 단일화는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 등 안 의원을 직격하는 발언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로 "윤심에 안 의원은 없다"는 취지의 보도가 속출한 것도 전례가 드문 일이다. 안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제치고 지지율 선두에 오르자 초조해진 여권 주류가 제2의 집단행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실을 둘러싼 전대 개입 시비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전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는 오해가 빚어지지 않도록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전대는 초반 '윤심'을 내세운 김 의원과 '윤힘'을 말하는 안 의원의 양강 구도를 띤다. 총선 승리 방정식을 두고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과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양상이다. 양측은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두고도 의견이 크게 다르다. 이들 중 어떤 것이 윤석열 정부 성공에 도움이 되고, 이를 위해선 어떤 정책을 펴는 게 맞느냐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것이 국민이 집권당에 바라는 모습이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누구 편이냐'는 화두 하나로 낯 뜨거운 말싸움을 벌이며 날을 지새워선 곤란하다. 여권 핵심부에서 민다고 그 사람이 당대표가 된다는 식의 생각은 옛것이 된 지도 오래다.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한들 총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가. 오히려 국민은 정당 내부의 건전한 경쟁을 보며 감동을 얻고, 그것이 전대 후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효과'를 낳는다. 후보들은 국격과 국민 수준에 걸맞은 페어플레이를 통해 당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