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현직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우리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탄핵안 가결과 동시에 이 장관의 권한과 직무가 정지되면서 행안부는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바뀌었다. 야권은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지고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이 장관에게 물러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진상규명 후 문책 검토' 입장을 되풀이했고,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시점에 이르자 위법 행위가 없다는 이유로 이 장관을 유임시켰다.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야권과 법적 책임이 없다는 윤 대통령의 대립이 장관 탄핵소추라는 헌정사의 불행을 초래한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은 탄핵 사유로 "주무장관으로서 재난안전관리법 등 법률이 정한 많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수차례 반복된 2차 가해성 발언과 허위 증언 등 고위공직자의 의무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가 주목할 이태원 참사 당시 이 장관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가 고의로 위법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다수다. 민주당이 거론한 공직자 의무 위반 문제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판 때 '직무 성실성'은 탄핵 판단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최종 판단은 헌재의 몫이지만, 신속하게 결론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우선 국회 탄핵 소추위원인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다. 김 의원이 야권의 입장에 서서 검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리 만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벌써 민주당 내에선 제척사유를 들어 김 의원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 중에서 이선애, 이석태 재판관이 오는 3월과 4월 각각 퇴임하는 것도 심리를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고 여야의 다툼이 치열해 정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헌재의 심리 기간은 180일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마냥 늦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여야는 이 장관 탄핵소추를 두고 총선에 미칠 영향 등 정치적 유불리 따지기에 몰두할 테지만 선거주무 부처인 행안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여권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권은 무엇보다 선거관리에 있어선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선 안된다. 2020년 총선 부정선거 시비가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도 거론될 만큼 꺼지지 않는 국론분열의 불씨가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야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지만, 대화의 끈마저 놔서는 안 될 일이다. 물밑에서라도 이 장관의 거취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