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5월 만 19∼74세 1천8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재난 피해 경험자 중 재난으로 삶에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주관적인 사회계층(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어느 정도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낮은 집단,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했거나 사회를 신뢰하지 않은 집단 등 사회적 약자에서 특히 높았다.
자연재난에서 심각한 피해를 본 사람의 비율은 주관적 계층 '하층'(58.0%)이 '중상층 및 상층'(32.3%)보다, 자신이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59.8%)이 받는다는 사람(44.0%)보다 각각 높았다. 이런 경향은 사회재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는 재난 피해로부터 회복도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자연재난 피해 경험자의 10.7%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는데, 이런 비율은 중졸 이하(21.8%), 하층(21.4%), 비정규직(13.9%),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14.7%) 등에서 더 높았다.
사회적인 계층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연재난이나 사회적 재난을 겪을 경우 더 심각한 타격을 보고 재난에서 회복하는 데에 더 힘들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사결과다.
지진·폭우·홍수 등 자연재해나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이 발생했을 때 계층 간 피해 규모와 회복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음을 의미한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콜센터 등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조건의 노동자와 요양시설 등 집단수용시설 거주자들은 높은 집단 감염 위험에 노출됐고, '아프면 쉬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불안정 노동자의 현실이 부각되기도 했다. 작년 여름 폭우로 반지하 주택 침수 참사의 희생자들이 발생한 사실도 재난에 대한 사회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비록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난일지라도, 발생 이후 재난 상황이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더 악화시키는 일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취약 계층에 대한 재난극복 자원의 충분하고 집중적인 배분은 그런 측면에서 중요하다. 재난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난 복구·회복 과정에서 취약계층과 약자를 더 살피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국가 대응능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