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5개월 동안 일곱 차례 연속 올랐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완전히 접을지는 미지수다. 물가 불안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수개월 내 최소한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인데 이게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가 가속해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을 줄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한은은 물가와 경기 흐름을 좀 더 지켜본 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뜻이다. 경기 침체의 신호는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은도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화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정해도 이상하지 않다. 정부가 경기 둔화를 공식 인정한 마당에 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숨 고르기를 한 만큼 상황을 면밀히 관찰·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방향 재조정을 고려해야 한다. 경기에 방점을 둔 한은의 이번 결정에 부응해 정부도 나서야 한다.      한쪽에서는 금리를 올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는 엇박자가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가가 올라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면 경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와 한은은 적어도 잠재성장률(2%대) 정도의 성장은 달성하면서 동시에 물가도 잡겠다는 확고한 목표하에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어려운 과제라는 것은 알지만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고 최선을 다한다면 이번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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