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여자축구 경기를 보면 (한 팀이) 12골을 넣기도 했죠. 이렇게 치열한 경기를 보는 게 흥미롭고 즐겁네요. 어떻게 풀릴지 모르니까요."독일 여자 축구대표팀의 레나 오버도르프는 한국과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여자축구 추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오버도르프는 승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 팀들 간 '전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르티나 포스테클렌부르크 감독 역시 "여자축구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멋진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애석하게도 독일은 곧장 이를 몸소 증명했다.한국과 1-1로 비긴 독일은 콜롬비아과 모로코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1회 대회인 1991년 중국 대회부터 출전한 독일의 첫 조별리그 탈락이다.지난 8일 이번 대회 8강 진출 팀이 확정됐는데, FIFA 랭킹 1·2위인 미국과 독일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세계 최강' 미국도 스웨덴과 16강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쓸쓸히 발길을 돌린 강호가 둘뿐만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우승팀 캐나다(랭킹 7위)와 '전설' 마르타가 이끈 브라질(8위)은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스웨덴(3위), 잉글랜드(4위), 프랑스(5위), 스페인(6위), 네덜란드(9위)가 8강에 오르는 등 여전히 유럽이 강세를 보이지만, 이들의 여정도 험난했다.지난해 유럽여자축구선수권대회(여자 유로 2022) 우승팀인 잉글랜드는 랭킹 40위 나이지리아와 승부차기 끝에 어렵게 8강 무대를 밟았다.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일본(11위)에 무려 0-4로 대패하는 아픔도 겪었다.반면 우리나라와 대회 1차전을 2-0으로 이긴 콜롬비아(25위)는 사상 최초로 8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썼다. 여자 월드컵에서 랭킹 20위 밖의 팀이 8강에 오른 건 처음이다.여기에 '전통의 강호'로 묶이는 개최국 호주(10위)와 2011년 우승팀 일본까지 미주·유럽 밖에서는 총 3팀이 8강에 남았다.직전 2019년 프랑스 월드컵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당시 8강에는 '1강' 미국을 뺀 7팀이 모두 유럽팀이었다.2015년에도 8강에 오른 건 '익숙한 이름들'이었다.독일과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3위), 일본(4위), 잉글랜드(6위), 캐나다(8위), 호주(10위), 중국(16위·이상 2015년 3월 기준 랭킹)이 경쟁했다.
 
이번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는 강호라고 다 승승장구하는 그림은 없다.2003년 여자 FIFA 랭킹이 신설된 이래 1, 2위 팀이 처음으로 8강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직전 대회까지만 해도 1, 2위 팀은 무난하게 16강을 통과했다.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8팀까지 꼽을 만큼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벨 감독은 대회 최종 명단을 발표한 지난달 5일 기자회견에서 "직전 대회 우승 후보는 2~3팀이었는데 이번 월드컵은 6~8팀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