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진상규명 특별검사 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6번째,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특검 법안은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많은 국민은 채상병 특검 문제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의아스럽게 여기고 있다. 젊은 병사 순직의 진상과 수사 과정의 외압 의혹을 밝혀내고 그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자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채상병 특검법이 헌법 정신과 특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을 결과도 나오기 전에 특검하자고 하는 것은 형사체계를 흔드는 것이라는 설명도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국민 정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아픔을 보듬는 것이 정치이고 국정의 기본이다. 특검법을 지지하는 여론이 반대보다 훨씬 높은 점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적지 않은 국민이 마뜩잖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당 내에서는 안철수·김웅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마냥 거부권만 행사하는 것으로는 사태를 마무리하기 어려워 보인다.총선에서 압승해 의회 권력을 다시 장악한 민주당의 모습은 최대한의 합의를 끌어내려고 하기보다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특검법을 정략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피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이 주도해 만든 공수처의 수사를 충분히 지켜보지 않고 특검으로 가자는 것은 자가당착으로 비친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여야가 채상병의 순직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긴다면 오는 28일로 예상되는 재표결 전에 다시 테이블로 나와 최종 합의를 이뤄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내용적으로 특검 후보 추천과 수사 브리핑 등 쟁점 조항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얼마든지 절충할 수 있다고 본다. 21대 국회가 임기 종료 때까지 정치 공방만 벌이다 마무리해서야 되겠는가.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