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세계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출산율의 반등을 위해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개 핵심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 보면 필요한 시기에 육아휴직을 좀 더 쉽게 쓸 수 있게 하고, 초등학교 졸업 시까지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는 체계를 갖추고,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대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린다는 내용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을 2030년까지 1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저출생 대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개 핵심 분야에 역량을 모으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지금껏 '백화점식'으로 다양한 대책들이 나왔지만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특히 2006년 관련 정책을 시행한 이래 380조원이 투입됐다고 하지만 과연 적절한 곳에 관련 예산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만 해도 약 47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썼다고 하지만 그중 절반은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과제에 투입됐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분석 결과만 봐도 그렇다.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신규로 추가하거나 확대되는 예산 사업의 80%를 '일·가정 양립'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이제까지 저출생 정책은 양육에 집중돼 왔다. 육아휴직이나 근로 시간 단축, 유연근무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생과 직결된 예산 중 87.2%가 '양육' 분야에 집중됐고 정책 수요자의 요구가 많은 '일·가정 양립'에는 8.5%만 지원됐다. 물론 이날 대책으로 그동안 결혼과 출산을 꺼리던 젊은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인구 위기 해법에 묘수가 있을 수 없고 그동안 특단의 대책이 없어 출산율이 급락한 것도 아닐 것이다. 차근차근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검증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올해 1분기 출산율은 0.76명으로 1분기 기준 처음으로 0.8명선이 무너졌다.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에서 전망한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68명이다. 계속되는 출산율 하락을 반전시킬 계기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도 아니다. 더욱이 저출생 문제에는 사회 구조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긴 호흡으로 해결에 나서야 할 과제다. 연합.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