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022년 '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19일)'을 맞아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발표했다.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아동 살해 후 극단 선택'이라고 쓸 것을 권고했다.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죽음에 동의했음을 전제하는 것으로 가해자는 따로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간 일가족 사망사건의 경우 부모 중 한명이 자녀와 배우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세상을 등지는 '가족 살해 후 자살'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 수원시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새벽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단지 내에 40대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문 감식을 통해 3시간여 만에 이 남성의 신원을 알아냈지만, 하루가 훨씬 지난 10일 오전 11시께야 남성의 집에서 40대 아내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의 시신을 확인했다. 자영업자로 알려진 40대 가장의 휴대전화에는 지인에게 빌려준 수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일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낯설지 않다. 가깝게는 지난해 12월 24일 경기 양주시에서 일가족 4명이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유독가스 중독이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일가족 사망 사건은 수사 결과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동인권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동이 2019년 최소 9명, 2020년 12명, 2021년 14명, 2022년 14명이다. 줄어들기는커녕 느는 추세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살인이며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가나 사회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나 지역 사회가 자녀를 책임져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6624달러인 나라,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가운데 여섯번째로 GNI가 높다는 대한민국인데도 국민에게 여태껏 이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