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을 때 안창호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의 일부 내용이다. 이날 안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대통령 파면까지 몰고 온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주로 거론하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제안했다.안 재판관(현 국가인권위원장)의 보충의견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시점에 또다시 소환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 때 여당 추천 몫으로 재판관이 된 그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보수 성향 인사로 꼽히지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또다시 갈라진 우리 사회가 되새길 법한 것들을 보충의견에 담았다. 요즘 인권위가 국제 인권기구에 헌재를 비판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논란을 빚고 있지만 8년 전에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안 재판관은 당시 보충의견에서 "단순히 대통령의 과거 행위의 위법과 파면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안 재판관은 또 "대통령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피청구인(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를 부추긴 요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는 협치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념을 떠나 헌법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를 위한 권력구조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고통스럽지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우리 사회가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미룬다고 돌아갈 수 없다. 헌재 재판관들이 심각해지는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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