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은 개인에 있다." 미국의 보수주의 사상가나 정치인들이 금언처럼 하는 말이다. 원어로는 "Sovereignty rests with individuals", "Sovereignty resides in the person" 정도로 표현한다. 이는 미국 보수 정치의 핵심을 꿰뚫는 말이다. 주권 주체를 국민 또는 인민으로 번역되는 'the people' 대신 개인을 뜻하는 'the person'으로 한 게 핵심이다. 국가, 민족, 집단 등이 아닌 각 개인에 주권이 있다는 것을 민주주의 본질로 보는 것이다. 미국 보수 정치가 개인의 주권을 지고선으로 삼은 것은 자유에 무게를 두어서다. 우리가 인지 못 할 뿐 인류사 전체에서 개인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기 시작한 시기는 찰나에 가깝다. 미국 건국을 낳은 시민혁명도 개인 주권과 자유를 목숨처럼 여기는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비슷한 시대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이 주권 주체를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한 것은 양국의 가치관 차이를 드러낸다. 프랑스 혁명은 미화된 측면이 있지만 결과는 공포 정치 속 50만 시민의 처형과 학살, 황제정으로의 퇴보였고, 훗날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시발점이었다.근현대사의 개혁 조치도 보수 정치의 성과였다. 프랑스 혁명에서 목도한 공포와 야만은 보수 진영에 경계감을 줬는데, 영미 보수 정치의 아버지 격인 에드먼드 버크는 이를 체계화해 폭력과 파괴에 반대해 중용을 바탕으로 개혁하는 것을 보수주의로 규정했다. 이를 이어받아 19세기 독일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건강보험, 노령 연금 등을 도입했고 영국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노동자에 선거권을 주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불리는 영국식 복지를 완성했다. 그렇다면 우리 보수 정치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작은 정부, 취약층만 선별한 소수 집중 복지, 건전 재정, 군인·경찰 등에 대한 우대, 강력한 국방 등 보수 정치의 전통 가치나마 일관되게 지켜 왔는가. 오히려 대선을 목전에 둔 현재 보수 정당이 보이는 모습은 이익집단 속 기득권 싸움의 전형처럼 보인다. 이미 대선은 물 건너간 걸로 보고 이후 당권과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이전투구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대선 때마다 밖에서 메시아를 찾는 정당이 어떤 성적표를 받는지는 최근 대통령 탄핵 사태가 입증한 게 아닐까.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