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흥이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다. 눈만 돌리면 노래방이 보이는 나라도 흔치 않다. 문화적 소양과 끼가 넘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K팝의 약진은 대표 성공 사례다. 반대로 흥이 많다는 건 이성보다 감정에 치우친 성향을 대변하기도 한다. 다만 음악, 미술 등에 비해 문학은 좁은 땅 안에 갇혀 있었다. 번역의 한계, 아시안 마이너리티의 핸디캡 등이 작용했지만, 세계인의 시각에서 지역적이고 이념 지향적으로 보인 것도 사실이다. 책을 안 읽으면 작가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특히 실용서가 아닌 순수문학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멸종위기종이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학의 길에 꿈을 건 젊은이들이 계속 나오는 건 인간의 본성인 듯싶다. 이들은 우리 문학도 K팝처럼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게 한다. 'K-lit'도 'K-pop'처럼 익숙한 단어가 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젊은 작가 중 과학소설(SF), 서스펜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일은 고무적이다. 김초엽, 김보영, 천선란 등이 대표적인 차세대 기수다.이들 중 천선란의 SF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이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된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출판 브랜드 허블에 따르면 '천 개의 파랑'은 미국 메이저 영화사인 워너브러더스 픽처스와 영화화 계약을 했다. 2020년 출간된 '천 개의 파랑'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았고 10여개 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이 작품은 휴머노이드 기수와 경주마 사이의 우정과 공감을 중심에 놓고 인간의 이야기를 주변부에 담았다. 이제 우리 작가들은 세계 엔터테인먼트 중심인 할리우드로 달려가고 있다. 김보영도 미국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여러 작품의 판권 계약을 하며 관심을 받은 끝에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알렸다. 김보영의 SF 장편소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영화화를 위한 각색 작업에 '듄'의 각색을 맡은 에릭 로스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한때 천만 영화를 심심찮게 만들어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성장 속 갈수록 관객의 외면을 받는 국내 영화계도 이렇게 원작의 질을 중시하는 할리우드의 기본기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