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그동안 한국 안보체제의 토대이자 동북아 질서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냉전기에는 소련·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진기지로 기능했고, 1980년대 이후 국군 현대화와 더불어 진정한 의미의 동맹군으로 발전했다. 병력 규모는 한때 6만 명을 넘긴 적도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단계적 감축을 거쳐 현재 2만8500명 수준에서 유지 중이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흔히 '인계철선'(trigger line)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는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생 시 미군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구조적 장치로 전쟁 억지 이론의 핵심이다.최근 주한미군을 둘러싼 불안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약 4500명을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미군 재배치 재조정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우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미 국방부는 WSJ의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되면 동북아 전략 균형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안보공약 약화를 틈타 핵 개발과 도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러시아도 미국 영향력 축소의 신호로 받아들여 동북아에서 현상변경을 시도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심리적·전략적 기제로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 안보공약의 실효성 자체를 흔드는 사안으로 인식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정례적인 고위급 안보대화 채널을 복원·강화하고, 주한미군에 관한 사안이나 결정 등에서 사전 협의 메커니즘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부분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확대와 확장억제 실행력 보장을 위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도 주한미군 재배치 가능성을 전제로 한 국방개혁과 방위산업 발전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우리 안보의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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