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0.73%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그러자 2.73%를 득표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민주당 일각에선 패배의 원흉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심 후보에게 간 표가 사표(死票)라고 주장하면서다. 그러나 심 후보는 패배 연설에서 대선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지지율이나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 그리고 정의당의 역할에 대해 소신과 책임을 지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진보 정치인으로서 원칙과 신념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을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다.사표론은 여야나 진보 또는 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 단일화 여부가 막판 큰 변수가 되면서 어김없이 사표론이 나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5일 "이준석에 대한 투표는 사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명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혀준 홍 전 시장에게 감사드린다"고 응답하면서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다졌다.결국 사표라고 불리는 표도 해당 선거 후 정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유효표로 보는 것이 맞다. 소위 소수 정당에 간 '사표'가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2002년 대선이 꼽힌다.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권영길에게 투표하면 노무현 표를 깎아서 이회창이 된다'는 사표론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완주했다. 3.89%를 득표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2004년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13%를 얻으면서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했다. 이번 대선 TV 토론도 마찬가지다. 권영국 민주노동당(전 정의당) 후보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이전 선거의 힘이다. 3년 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 4.14%를 기록해 TV 토론 참가 자격(전국 단위 선거 득표율 3% 이상)을 얻었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사표 방지 심리에서 고뇌하게 된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다만 진보 진영에서는 고민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스스로 '중도 보수'라고 말했듯이 이전 대선보다 한참 우클릭했기 때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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