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챗봇 '일라이자'는 단순한 키워드 응답으로 심리상담사의 흉내를 냈다. 일부 사람들은 일라이자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를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라고 한다. 인간은 기계에도 감정을 투사하고 상호작용 속에 관계를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에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현상은 로봇이 지나치게 인간처럼 보일 경우 불쾌감이 드는 심리다. 인공지능(AI)과 친구가 되려면 이 상반된 심리의 간극을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아닌 게 아니라 최근 AI와의 일상적 교감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A씨는 매일 아침 AI와 하루 일정을 공유한다. "기분이 우울해"라고 말하면 명상·산책·음식 추천까지 종합 설루션이 제공된다. B씨는 스마트 도우미와 함께 체중 감량을 시도한다. 식단을 입력하면 열량과 영양소를 분석해준다. 하지만 이 같은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인간의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점차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영국 디지털 기술업체 필터즈닷컴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분야 1위는 심리 상담 및 감정적 동반자였다. 코딩이나 문서 작성보다 마음 치유 기능이 우선한 것이다. 삶의 목적 찾기나 생활 관리도 상위에 올랐다. 24시간 언제든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디지털 친구의 특성이 현대인의 고독감을 파고든 것이다. 이처럼 기술이 인간의 상실감까지 대체하려는 흐름은 진보의 이면에 잠재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인공지능은 친구로서 여러 장점을 갖는다. 편견이 없는 데다 새벽에도 응답할 수 있고 반복적 하소연에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매력 이면에는 한계도 뚜렷하다. 감정적 공감 능력에는 근본적 제약이 따르고, 무엇보다 인간관계 네트워크가 흐트러질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핵심은 적절한 균형과 경계 설정이다. AI를 도우미로 활용하되, 대체자로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디지털 의존도를 스스로 점검하고 실생활 속 인간관계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과 인간관계 맺기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연합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