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침수사고의 핵심 원인이 수문 고장과 미흡한 대응 체계에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구시는 민간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노곡동 침수사고 조사단’을 꾸려 2주간 조사한 결과 노곡동 침수 사고의 주요 원인이 이같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조사단은 자연재해저감, 수자원, 방재시설 설계·운영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현장 점검과 자료 분석,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침수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분석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관로 수문 고장으로 인해 우수가 제때 배출되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침수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래 전면 개방돼야 할 수문은 고장으로 인해 3.18%만 개방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직관로의 배수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으로 나타났다.또 유입된 빗물과 부유물이 제진기에 급격히 몰리며 제진기의 기능도 저하됐다. 제진기는 초기부터 신속히 가동돼야 했으나 작동이 늦어져 이미 쌓인 협잡물로 인해 정상 작동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고지배수로 침사지 운영상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됐다. 침사지 수문 운영 매뉴얼이 실제 기능을 반영하지 못해 분리배수 원칙이 무시되고 금호강 외수위 기준만 적용됨으로써 유송잡물이 제진기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여기에 더해 방재시설의 고장이 장기간 방치됐고 관리 주체가 일원화되지 않은 운영체계 역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현재 노곡동 고지배수로는 구청, 펌프장은 대구시가 각각 운영하고 있으나 전국 대부분은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조사단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구시가 단기적 긴급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인 방재체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단기 개선방안으로는 ▲시설물 긴급 안전점검 ▲고장 시설 임시 보강 ▲수문 개폐 기준 재정비 ▲상류지역 유입 부유물 차단 및 침사지 정비 ▲우기 시 펌프장 인력 보강(2인 1조 운영) ▲수방자재 확보와 자율방재단 예찰 강화 ▲비상대피 계획 수립 및 교육 등을 제안했다.또 중장기적으로 ▲침사지 우수 흐름 개선대책 수립 ▲노곡동 배수시설 운영관리 체계 일원화 ▲우회 배수시설 설치 등 방재시스템 보강·개선 ▲방재시설 통합관제시스템 체계화 등을 제안했다.안승섭 조사단장은 “단순한 기계 고장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대응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유사한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실질적인 개선과 실행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앞서 북구 노곡동에서는 지난달 17일 시간당 최대 48.5㎜의 비가 내린 가운데 오후 2시17분께 침수가 발생하면서 사업장 20곳, 주택 4채, 자동차 40대, 이륜차 1대가 물에 잠겼고 주민 26명이 구조 당국 구명보트 등을 이용해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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