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 대학생이 현지 범죄조직의 고문 끝에 숨진 사건의 파장이 크다.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지난 7월 출국한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 박모(22)씨는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돼 범죄행위에 동원됐고 극심한 고문을 받다 지난 8월 초 병원으로 옮기던 중 차 안에서 사망했다. 
 
이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련 신고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속속 확인되고 있다.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 납치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고, 올들어서만 8월까지 330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달 들어서도 캄보디아에서 실종됐다는 신고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으나 외교당국의 대응은 실종자 가족들을 한 번 더 좌절시킨다. 
 
우리 외교당국은 캄보디아 경찰의 피해자 '본인 직접 신고' 원칙 등을 실종자 가족에게 그대로 안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캄보디아 주재 한국 대사가 공석이고 경찰은 캄보디아 범죄 대응책으로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설치 등을 뒤늦게 추진한다는데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외교 당국의 신속한 영사 조력과 현지 수사 역량 강화 등이 시급한 문제다. 한편으로는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한국 청년들의 비극은 근본적인 문제를 일깨운다. 그들이 이국만리 땅으로 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백수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이 강해서 '고수익 일자리'라는 유혹을 참지 못했을 수 있다. 경쟁에서 밀려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기성세대라면 누구도 이들 젊은이를 두고 범죄와 연루될 것이 뻔한 곳에 제 발로 간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하기 어렵다.지금 한국의 20, 30대는 선진국으로 성장한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가혹한 경쟁과 심화한 불평등 속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그중에서 누군가는 '캄보디아'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선은 "살려달라"는 이들의 목소리에 국가가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민생을 살려 그들이 한국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