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남단, 신라 천년의 관문이자 산업과 역사, 삶의 기억이 겹겹이 쌓인 고장 외동읍. 그 외동의 자연과 마을, 전란과 산업, 그리고 이름 없이 살아온 지역민의 이야기 등 방대한 자료들이 정성 어린 기록으로 묶여 최근 출간됐다.   화보와 본문을 포함해 총 11편, 1200쪽 분량의 대작 ‘외동향토사’가 Ⅰ·Ⅱ 두 권으로 발간되며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외동향토사’는 단순한 행정사나 연대기의 나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외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와 산업, 지역민의 숨결을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등 외동이 걸어온 시간을 후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한 공동체의 결단이자 헌신의 결과물이다. 이는 ‘지역 향토사가 지녀야 할 깊이와 품격을 고스란히 갖췄다’는 평가를 얻는 이유다.   ‘외동향토사 Ⅰ’권에는 1편 자연, 인문, 환경, 2편 마을의 지명과 구성, 3편 외동의 어제와 오늘 등 모두 3편이 실렸다. ‘외동향토사 Ⅱ’권에는 4편 신문으로 보는 외동 100년, 5편 문화유산, 6편 전란과 구국에 앞장선 사람들, 7편 교육복지, 종교, 8편 공공기관 및 각종 단체, 9편 외동 지역 공업 단지, 10편 출신 인물, 11편 외동의 전래민요 등 모두 8편이 각각 실려 있다.   이 책은 표지부터 외동읍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외동의 강인한 기상과 문화적 자긍심을 상징하는 원성왕릉의 무인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2025 APEC 경주 개최의 시대적 의미를 더해 신라 왕릉 특유의 미학과 실크로드를 통해 확장된 신라 문화의 역동성을 담아냈다.   책 ‘Ⅰ권’에는 외동의 뿌리를 이루는 세 편이 담겼다. 1편 ‘자연·인문환경’은 삼태지맥과 호미지맥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형산강과 동천강을 이루며 산과 강, 들이 어우러진 외동의 자연을 조망한다. 특히 ‘동대봉산’과 ‘외동읍 명칭의 사적 고찰’은 조철제 전 경주문화원장이 이번 향토사를 통해 처음 공개한 연구 논문으로, 외동 연구의 학술적 깊이를 한층 끌어올렸다. 외동읍의 행정 변천과 교통, 농·축산업, 경제와 생활환경의 변화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촘촘히 정리됐다.   2편은 외동읍 17개 법정리의 지명과 구성이다. 각 마을 이름 속에 담긴 유래와 사연은 곧 외동 사람들의 삶의 역사다. 지명 하나하나가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형성해 왔음을 차분히 보여준다.   3편 ‘외동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기록 속 외동을 따라가며 폐선된 동해남부선과 외동역, 입실양조장과 입실극장 등 이제는 사라진 공간들을 조명했다.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의 이야기는 산업화의 격랑 속에서도 이어진 삶의 끈을 상징한다. 외동 사방사업과 새마을운동을 다룬 대목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현장을 지휘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의 자서전 기록을 인용해 사실성과 현장성을 더했다.   책 Ⅱ권은 외동의 기억을 더욱 깊이 확장한다. 4편 ‘신문으로 보는 외동 100년’은 1921년 동아일보·조선일보 기사부터 2024년까지 중앙지와 지방지에 실린 외동 관련 기사들을 모아 한 세기를 관통한다. 일제강점기 기사 속에는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웃픈’ 이야기들도 담겨 있어 시대의 그늘과 삶의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5편 ‘문화유산’은 고분과 폐사지, 성곽과 제철 유적, 기록유산과 유교문화유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국립문화유산연구소의 인용 동의를 받아 정리한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의 우리 문화유산 조사 기록’, 감산사지 출토 국보 2점이 중앙박물관으로 이송되는 과정에 대한 증언 등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로 향토사의 사료적 가치를 크게 높였다. 외동은 충절의 고장이다. 6편 ‘전란과 구국에 앞장선 사람들’에는 임진왜란 당시 남경주 창의항쟁, 일제에 항거한 정미의병, 한국전쟁과 월남전 참전자들의 기록도 함께 실렸다. 전란의 시대마다 고장을 지키기 위해 앞장섰던 외동 사람들의 이름이 다시 호명됐다.   7편은 교육·복지·종교를 다뤘다. 개교 100주년을 맞은 입실초등학교를 비롯, 태화방직 산업체부설학교에서 출발해 폐교된 태화여자실업고등학교 등의 기록은 지역 교육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전한다.   8편 공공기관과 각종 단체, 9편 외동지역 공업단지는 외동이 농업 사회에서 산업 도시로 변화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경주 최대 규모의 외동 공업단지는 오늘날 지역 경제의 중추로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주민들의 삶에 희망을 더하고 있다.   10편 출신 인물 편은 수록 기준을 엄격히 정해 확인 가능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자료 부족으로 담지 못한 인물들에 대한 아쉬움은 향후 보완 과제로 남겼다.    11편 ‘외동의 전래 민요’는 고 이준락 편찬위원장이 2019년 발간된 ‘경주민요’ 가운데 외동읍 민요 85편 중 19편을 선별해 수록한 것으로 외동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 책의 기획과 총괄을 맡은 손익영 편집인은 “무엇보다 이 책 마지막 공정을 앞두고 유명을 달리한 고 이준락 편찬위원장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위원장의 숨은 헌신의 무게를 전했다.   고 이준락 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생전 “옛 사진과 고문서 수집, 마을별 현장 답사와 드론 촬영까지 3년여에 걸쳐 노력한 편집위원과 자문위원, 읍민들의 노력이 켜켜이 쌓여 이 결실을 만들었다”며 재경외동향우회 역시 고향 이야기와 사투리, 전통 놀이와 추억을 보태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외동의 정체성과 자긍심이 고스란히 담긴 외동향토사는 읍민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원동력으로, 희망찬 외동읍의 미래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이름 없는 지역민의 삶까지 기록으로 전하고 있는 이 책은 그렇기에, 더욱 값지다. 두 권의 책에 방대한 분량으로 담긴 외동의 이야기는 역사적 기록은 물론, 지역 공동체가 걸어온 여정의 결실이자 후세를 위한 문화적 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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