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도 지난 한겨울 매서운 절기 한가운데서, 김병수 화가의 캔버스 위에는 이미 진분홍빛 봄이 도착했다. 3월이면 산 정상의 바위틈에서 먼저 피어나 봄소식을 전하는 진달래처럼, 화가의 그림 속 진달래는 계절을 앞질러 관람객을 맞는다. 혹한의 계절을 견디고 꿋꿋이 피어나는 진달래처럼 김병수의 작품에서는 ‘봄은 다시 오고, 사랑과 희망은 가장 척박한 자리에서도 피어난다’고 귀띰한다. 서양화가 김병수의 개인전이 24일까지 경주 갤러리 미지(대표 김미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중견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그려온 ‘진달래의 여행’ 연작의 연장선으로 자연의 풍경에 머물던 꽃을 인간의 삶 한가운데로 끌어들인 신작들을 집중 조명한다. 진달래는 우리 산과 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그 삶의 자리는 늘 순탄하지 않다. 아직 추위가 남은 초봄, 바위틈과 척박한 토양에서도 굳세게 꽃을 피우는 진달래는 오래전부터 인내와 생명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김병수 작가는 이 진달래에서 “역경을 딛고 진실한 노력으로 일궈낸 사랑의 기쁨”을 읽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질박한 분청사기와 다완 같은 그릇에 수북이 담긴 진달래꽃이다. 그릇 속에 가득 담긴 연분홍 꽃잎은 봄의 기운을 통째로 전하는 듯하다. 사각거릴듯한 분홍 색채는 삶을 버텨내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희망의 신호를 건넨다. 그 위에 살짝 내려앉은 참새 한 쌍은 정물에 생동감을 더하며 노크하듯 봄의 도래를 알린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을 통해 자연과 인간, 정적인 사물과 살아 있는 생명의 미묘한 균형을 포착한다.김병수 작가가 고요한 작업실에서 기도하듯, 명상하듯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며 그려온 꽃잎들은 극히 사실적인 묘사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다. 얇은 꽃의 농담은 작가의 오랜 관찰과 정성스러운 손길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소박한 그릇들은 인간의 일상과 삶의 무게를, 그 안에 가득 담긴 진달래는 자연이 건네는 위로 다가오며 한국적인 서정과 여백의 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김병수 회화의 특징을 보여준다.작가는 매년 봄, 진달래가 만개할 때면 직접 산을 찾아 꽃을 채취하고 사진으로 기록하며 영감을 얻는다. 자연과의 이 같은 꾸준한 교감은 그의 작품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삶의 체험이 녹아든 회화로 만든다. 한겨울의 중심인 1월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시장 밖의 차가운 공기와 캔버스 속 청신하게 만개한 진달래의 대비를 통해 강렬한 정서적 환기를 이끈다. 겨울의 모노톤 감성을 잠시 지우고 쨍한 분홍빛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일찌감치 찾아온 봄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수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서울·경기·대구·부산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청도 등 국내외에서 50여 회의 개인전과 개인부스전을 열었다. KIAF, 화랑미술제, LA 아트쇼, 아트부산 등 주요 아트페어와 초대전, 단체전에도 600여 회 참여했다. 광주시립미술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터키 이스탄불 총영사관 등 여러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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