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문학은 어디에 서 있는가. 바다와 철, 노동과 삶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이 도시에서 문학은 어떤 자리를 점하고 있는가. 포항문인협회(회장 손창기)가 발간한 2025 ‘포항문학’ 통권 52호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 들며 지역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장소’라는 키워드로 깊이 있게 성찰했다.포항문인협회(회장 손창기)는 지난해를 결산하는 ‘포항문학’ 2025 통권 52호를 발간했다. 포항 문학사의 흐름을 기록해온 산증인인 ‘포항문학’은 이번호 특집 주제를 ‘포항문학의 토포스(TOPOS, 문학의 전통적인 주제·사상)’로 정했다. 문학 속 공간과 장소성이 지역 문학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특집 1에서는 동화작가 전은주가 포항의 ‘책방 수북’을 통해 문학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장소가 아니라 문학이 살아 움직이며 관계를 맺는 현장임을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지역의 작은 공간이 문학적 토포스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특집 평론에서 문학평론가 신상조는 ‘문학에서의 장소(성) 이해와 일상에서의 시적 장소(성) 발명하기’를 통해 공간이 배경을 넘어 인간의 실존과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짚는다. 이어 소설가 김도일은 ‘포항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이유’에서 로컬리티가 지닌 서사적 힘과 장소성이 어떻게 보편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작가적 사유로 풀어낸다.특집 3에서는 시조시인 조주환이 포항 현대시조의 출발과 현재를 살피며 지역 시조 문학의 흐름을 정리한다. 전통 형식 안에서도 끊임없이 현대적 감각을 모색해온 창작의 진폭은 포항 문학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특집 4 좌담에서는 손창기 회장의 사회로 김일광·김만수·하재영 전 회장이 참여해 ‘포항문학, 45년 살며 쓰고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포항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으로의 길을 전망했다. 이 자리에서 김일광 전 회장은 “회원 개개인이 끊임없는 공부와 창작으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역 문학의 내적 성장을 주문했다.이번 통권 52호에는 시·소설·수필·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회원 작가 76명의 신작이 수록됐다. 작품들은 서로 다른 형식과 목소리를 지녔지만 포항이라는 공간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현실 인식과 내면의 고민을 문학적 언어로 밀도 있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하나의 결을 이룬다.아울러 포항문인협회는 ‘포항문학’ 통권 52호 수록 작품을 대상으로 제3회 포항문학작품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운문 부문은 백명자의 시 ‘무렵으로 흐르는 저녁’, 산문 부문은 서영칠의 희곡 ‘녹두꽃 피는 영해’가 각각 선정됐다. 벌행인 손창기 회장은 “우리는 다시 문학이 발 딛고 서 있는 포항의 토포스를 돌아본다”며 “바람과 파도, 철과 불빛,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어우러진 이 자리에서 ‘당신의 문학은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포항문학’은 그 물음에 대한 공동의 응답이며 포항의 문학이 지역의 서사로 오래도록 살아 숨 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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