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정책과 사업 정보를 전달하는 공공기관 누리집 대부분이 한글 병기 없이 영어 약어나 한자 등 외국 글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김태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부교수와 백경미 서정대 한국어과 조교수가 한글학회 학술지 ‘한글’에 발표한 ‘공공영역의 언어 사용 실태와 개선 방향―공공기관 누리집을 중심으로―’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73개 기관 가운데 71곳(97%)에서 한글 병기 없이 외국 글자가 사용됐다. 이 논문은 ‘한글’ 87권 3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2025년 4∼12월 경기도와 시·군 및 직속기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관세청 등 73곳의 누리집 첫 화면과 사이트지도 등을 전수 조사했다. 분석 대상은 12만8446개 어절과 9650개의 구·문장이었다.
한글 병기 없이 사용한 외국 글자는 모두 1696건이었다. 가장 많이 쓰인 표현은 ‘ESG 경영’으로 225회에 달했다. Q&A 127회, SNS 94회, CI 87회, FAQ 55회 등 이용자가 자주 접하는 누리집 메뉴에서도 영어 표현이 빈번하게 사용됐다.
정책과 사업명에서도 ‘ITS 구축구간’, ‘DRT 사업’처럼 뜻을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 약어가 확인됐다. HOME(첫 화면), FAMILY SITE(관련 사이트), GUIDE(안내) 등 우리말로 충분히 바꿔 쓸 수 있는 표현도 영어 그대로 쓰였다.
조사 대상 기관의 47%인 34곳에서는 코워킹스페이스(협업 공간), 푸드테크(첨단 식품 기술), 규제샌드박스(규제 유예 제도),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 웹진(누리 잡지) 등 대체 가능한 외래어·외국어가 모두 145회 사용됐다.
낯선 한자어도 적지 않았다. 73개 기관 가운데 40곳(55%)에서 ‘관급자재’, ‘영조물’ 등 한자어가 모두 722회 사용됐다.
연구팀이 2025년 10월 경기도민 797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표현에 따라 80%가 넘는 응답자가 공공기관 누리집의 외래어·외국어 사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매니페스토, 코워킹스페이스, 오브제 등이 개선 필요성이 높은 표현으로 꼽혔다.
현행 국어기본법은 공공기관이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쓰고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누리집 게시물도 법에서 정한 ‘공문서등’에 포함된다.
연구팀은 새로운 외국어가 빠르게 유입되는 만큼 순화 대상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동시에 기존 대체어도 실제 사용 실태와 수용도를 점검해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