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정신을 기리고 승화시키기 위해 한국 현대시로 조명했던 시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동학 시화전이 경주에서 열린다.   동학의 발상지인 경주에서 문학을 매개로 인간 존엄과 평등, 생명 존중의 가치를 되새기고 동학정신의 현재적 의미를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다.   국제펜한국본부 경주지역위원회(회장 조기현)는 오는 11월 13일까지 경주 문정헌(경주시 태종로 755) 뜰에서 제5회 경주를 노래한 한국의 명시전, '사람이 하늘-한국 현대시가 담아낸, 인내천'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학의 핵심 사상인 인내천을 주제로 한국 현대시 20편을 선정해 시화로 선보인다.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직접 다룬 작품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생명성, 공동체성 등 동학정신과 맞닿은 작품을 함께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시인별 작품 한 편씩을 통해 동학의 사상을 역사적 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오늘의 삶과 연결해 살펴보도록 했다. 전시에는 윤동주, 김수영, 신동엽, 김지하, 김남주, 김준태, 이하석, 윤석산, 김성춘, 백무산, 하종오, 김혜순, 이중기, 정대호, 공광규, 홍일선, 김주대, 황규관, 김은령, 김선우 등 시인 20명의 작품이 참여한다. 시화는 시인 김준태가 제작했다.작품들은 저마다 다른 시적 언어로 인내천의 의미를 풀어낸다. 신동엽의 ‘둥구나무’는 서로 다른 지역과 존재를 하나로 아우르는 생명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김남주의 ‘노래’와 김지하의 ‘녹두꽃’은 저항과 연대의 정서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환기한다. 공광규의 ‘나는 부활을 믿는다’는 전봉준과 동학의 역사를 되짚으며 민중의 평등과 존엄을 향한 열망을 드러낸다.인간을 넘어 자연과 생명 전체로 시야를 넓힌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김준태의 ‘나무도 생각하며 산다’는 나무를 생각하고 노래하는 존재로 그리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하석의 ‘한울 기운’은 날짐승과 벌레를 공경하고 섬기는 태도를 통해 모든 생명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계를 노래한다. 홍일선의 ‘밭의 신령들’ 역시 자연을 향한 존중과 생명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전시의 의미를 확장하는 발문에서 시인 이하석은 ‘새롭게 열리는 사람의 하늘’에서 이번 전시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성, 공동체성을 통해 동학정신을 오늘의 삶으로 이어가는 시도"라고 짚었다.    시인이자 문학박사인 정대호는 ‘동학정신의 이해와 계승’을 통해 "시천주와 인내천, 해월 최시형의 삼경(三敬) 사상 등을 살피며 타인을 수단이 아닌 존엄한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가 평등과 평화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동학을 과거의 역사로만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에도 유효한 인류 보편의 가치로 되살리는 데 있다. 산업화에 따른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 문제 등 동시대의 과제 속에서 섬김과 공생, 평화의 의미를 문학으로 되묻겠다는 취지로 읽힌다.조기현 국제펜한국본부 경주지역위원회장은 인사말에서 “섬김과 공생과 평화의 가치를 담은 인내천 정신이 빛나면 우리 경주도 세계를 비추는 더 밝은 빛이 될 것”이라며 “스무 편의 시는 곧 살아 있는 동학의 목소리”라고 밝혔다.한편 전시 장소인 문정헌은 2012년 경주에서 열린 '제78차 국제펜대회'를 기념해 조성한 문학 공간이다. 국제펜한국본부 경주지역위원회는 2021년부터 이곳에서 문학 행사를 이어오며 경주를 한국문학의 거점으로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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