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학의 100년을 개별 작가가 아닌 ‘동인’의 역사로 되짚는 전시가 마련됐다.대구문학관은 지난 16일 기획전 ‘100년의 숨결: 대구, 동인’의 문을 열고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형성기부터 1980년대 학생 문학동인에 이르기까지 대구를 중심으로 전개된 동인 활동을 조명한다. 동인지와 문집, 시화전 자료, 사진 등 실물 자료를 통해 문학을 매개로 형성된 관계와 창작의 흐름을 살펴보는 자리다.전시는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근대문학의 출발을 살피는 ‘그 처음의 문장들’, 해방 이후 대구 문단의 형성과 전개를 다룬 ‘문학의 장, 삶의 장’, 학생 문학동인의 활동을 소개하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다.첫 번째 공간에서는 1910~1930년대 이른바 ‘동인지 시대’를 만난다. 당시 동인지는 작품 발표의 지면을 넘어 문학적 취향과 미학을 공유하는 이들이 직접 만든 창작의 장이었다. 전시에서는 ‘창조’, ‘폐허’, ‘장미촌’, ‘백조’, ‘금성’ 등 근대문학의 주요 동인지와 함께 1917년 현진건·이상화·이상백·백기만 등이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거화’를 소개한다. ‘거화’는 현재 실물이 확인되지 않지만 백기만의 기록을 통해 그 존재가 전해진다. 이후 ‘백조’와 ‘금성’ 등에서 활동한 문인들이 청년기에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대구 근대문학의 출발을 보여주는 자료로 의미를 지닌다.해방 이후 대구 문단의 흐름은 두 번째 공간에서 이어진다. 1946년 대구에서 창간된 ‘죽순’을 비롯해 ‘시와시론’, ‘달뜨는 마을’, ‘낙강’, ‘에스프리’, ‘자유시’, ‘문학 경부선’, ‘형상’, ‘분단시대’, ‘오늘의 시’ 등 다양한 동인지와 관련 자료를 선보인다.이 시기 동인지는 문인들의 결집과 작품 발표를 넘어 신인을 발굴하고 문학적 교류를 이어가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1960~1980년대에는 서로 다른 문학적 성격을 지닌 동인지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대구 문학의 미학적 다양성과 세대 간 흐름을 만들어갔다.전시의 세 번째 공간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청년들의 활동에 주목한다. 대륜고 ‘씨알’, 경북고 ‘돌탑’, 능인고 ‘보리수’, 대구고 ‘계단’, 계성고 ‘근일점’, 대건고 ‘태동기’ 등 학생 문학동인 자료와 대학 문학동인, 시화전 관련 자료를 소개한다. 1970년대 이후 학생들에게 동인지는 단순한 습작집을 넘어 자신만의 문학적 목소리를 찾고 새로운 표현을 실험하는 공간이었다. 청년 문학인들은 내면과 언어, 이미지와 미적 감각을 탐구하는 한편 산업화와 도시화, 인간소외와 사회 현실 등 당대의 문제를 작품에 담았다. 이번 전시는 동인지의 발간과 신인 발굴, 문인 간 교류, 새로운 동인과 매체의 출현으로 이어진 흐름을 통해 대구 문학이 세대를 거듭하며 형성된 과정을 보여준다. 한 권의 책과 한 장의 지면에 남은 기록은 문학이 개인의 창작을 넘어 동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감각을 나누는 공동의 작업이었음을 드러낸다.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은 '시대는 달라졌지만 문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려는 청년의 열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번 전시가 지난 시대 청년 문학인들의 꿈과 이상을 되새기는 장이자, 오늘의 청년들이 자신의 시대를 성찰하고 새로운 문학적 상상력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은 대구문학관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화 문의 대구문학관 운영팀(053-421-1231~2).